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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굴·쌉쌀한 고돌빼기' 산촌 품은 어촌[어촌마을에 가다] 사천 다맥마을
임명진  |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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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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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산책로, 갯벌과 만나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길 안내판을 따라 가다 보면 굽이굽이 도는 산길을 몇 번이고 만난다.
목적지는 분명 어촌인데, 가는 길은 전형적인 산촌의 모습이다.
산비탈엔 논밭이 들어서 있고, 과수원도 보인다. 길가엔 일광욕을 쬐러 나왔는지 흑염소 가족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이쯤 되니, 이 길이 과연 산으로 가는 건지, 바다로 가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어촌이지만 산촌 같은 마을이 바로 오늘의 목적지인 다맥마을이다.
다맥마을은 사천시 서포면 다평리에 위치해 있다. 풍경에서 알 수 있듯, 산맥이 매우 넓고 여러 갈래로 이어져 있어 ‘다맥’이라 이름 붙였졌다.
100호 가구에 300여 명 남짓의 주민들이 살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어업에 종사하는 호가는 60호 남짓이다.

먹을거리로는 바지락, 굴, 전어, 낙지 등이 있는데 특히 이곳에서 생산되는 서포 굴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육지에선 취나물이나 키위, 단감, 여름엔 고들빼기를 채취한다.
굴과 고들빼기는 다맥마을을 대표하는 주요 특산물이다.

다맥마을 포구에 닿은 시각은 오전 11시께. 가장 먼저 한편에 수북이 쌓여 있는 가리비 껍데기 뭉치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생산되는 굴은 조수간만에 따라 영양을 섭취하고 단련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 성장해 영양과 육질, 담백함이 좋은 양질의 굴이 탄생한다.
주민들은 매년 6월 중순경이 되면 가리비 껍데기에 굴 유생을 붙이는 채묘를 한다.
마을 앞바다에 있는 말목형 굴 배양장에 걸어 놓으면 굴란이 와서 딱 붙게 되는데, 워낙 품질이 좋아 그 종패를 통영이나 멀리 전라도 등지에서 사 갈 정도란다.

채묘를 마친 어린 굴을 자체적으로 키우기도 한다.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춥다고 느낄 사이도 없이 작은 어선들이 쉴 새 없이 물살을 가르며 포구를 드나든다.
인근 바다에서 채취한 굴을 한 가득 싣고 온 어민들이 부지런히 육지에 내리고 있었다.
경운기와 1톤 포터 차량이 동원된다. 채취한 굴은 굴막이라고 부르는 굴 따는 장소로 가져간다.
“겨울이라도 쉴 틈이 없다”는 게 포구에서 굴을 나르던 김종대(58)씨의 이야기다.
김 씨는 일 년 전 타지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귀향을 했다. “부모님을 모시려고 고향 행을 선택했다”는 김 씨는 소감을 묻자 “그냥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하루에 한번 씩 물때에 맞춰 굴 작업을 하는데, 지금이 성수기철이다. 보통 12월부터 3월까지 굴을 채취한다. 채취한 굴은 인터넷 택배로 판매하거나 수협에 경매로 넘긴다.
이어 김종렬(65)씨의 배가 도착했다. 4대째 고향 마을을 지키고 있다. 손주까지 봤으니 벌써 6대째다.
그는 “서포 굴하면 예전에 진짜 알아줬는데, 워낙에 물량이 적다보니 이제는 서포 굴이라고 하지 않고 사천 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면서 서포 굴의 브랜드가 사라져 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저기 갯벌을 한번 봐요” 그가 가리킨 쪽에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여름이 되면 학생들이나 가족들이 체험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했다.
다맥마을은 10여 년 전부터 체험관광마을로 서서히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평일인데도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이 눈에 띈다. 지난 여름에만 3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다는 게 김종근(55) 어촌계장의 이야기다.
“다른 어촌체험마을에 비해 특별한 것은 없어요. 있는 그대로 보여드릴 뿐입니다. 그런데 그게 멋입니다. 바다 갯벌에서 바지락도 잡고, 낚시도 하고, 바닷길도 걸어도 보고, 그런 체험들을 좋아들 하세요”

바닷가 산책길에 나섰다. 바닷가에 작은 정자가 호젓이 자리 잡고 있다.
산책을 하면서 바라본 앞 바다에는 주민들이 개섬과 작은 개섬 또는 소개섬이라고 부르는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옛날에 어떤 노부부가 슬하에 자식이 없었는데 자식에게 못 다한 정을 개에게 쏟았다고 한다.
이 부부가 천운을 다하자 개도 슬피하여 정성스레 무덤을 만들고 목숨을 다할 때 까지 노부부 옆을 지켰다고 하는 전설이 서린 곳이다.
개가 엎드려 있는 형상이라 하여 개섬이라 부른다. 그래서인지 이 마을 주민들에겐 개꿈이 길몽이다.
지금도 꿈에 개가 나타나 짖으면 그 날은 만선을 한다고 전해 내려온다.
산책로는 갯벌까지 나무 갑판으로 조성돼 있어 걷는 기분이 아주 그만이다.
잔잔한 음악 같은 파도소리 들리고, 썰물이라 모습을 드러낸 갯벌에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작은 어선은 한 폭의 그림 같다.
그저 걷는다는 것으로 힐링이 되는 기분. 그러고 보니 이 마을, 없는 게 없다. 바다와 섬, 갯벌이 어우러져 경치 좋지, 먹거리 풍성하지, 거기다 주민들의 넘치는 인심은 덤이다.
 
 
 
“바다체험, 다맥으로 오세요”
김종근 다맥마을 어촌계장

다맥마을은 빈 집을 찾아보기 어렵다. 답답한 도시생활을 훌쩍 벗어던지고 귀농하는 외지인들이 매년 찾아오기 때문이다. 지난해도 2명이 귀농을 했다.

“매일 사는 저희들은 못 느끼는데, 오시는 분들은 괜찮다고 하시네요. 직접 집을 지어서 오시는 분들도 많고, 빈 집을 사서 수리해서 사는 분들도 많고요”

김종근(55)어촌계장은 6년째 어촌계 일을 맡고 있다. 그래서 마을의 변화상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김 어촌계장은 체험마을 운영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구상중인데, 자체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사업들이라 아쉬움도 적지 않다고.

“무엇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어촌체험마을이 더욱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주민들도 굉장히 적극적입니다. 해안청소라든지, 일이 생기면 한분도 빠짐없이 나와서 같이 돕고 합니다. 그런 게 참으로 고맙고 좋더라고요”

특히 먹거리 체험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다맥하면 굴 구이를 퍼뜩 떠올릴 정도로 관광객을 위한 먹거리 상품 개발을 구상중이라고 했다.

김 어촌계장은 “우리 마을이 특별한 것은 없어도, 있을 건 다 있습니다. 바다에서는 보내는 여름휴가로 우리 마을을 찾아오시면 잊지 못할 추억을 안고 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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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흑염소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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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한 굴을 따는 굴막. 도로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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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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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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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맥마을 포구에 쌓여 있는 가리비 껍데기. 매년 6월 중순이면 채묘의 도구를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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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 자리한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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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채취한 굴.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서포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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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섬. 이 섬엔 노부부와 자식처럼 키운 개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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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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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산책로, 뒷편에 보이는 건물은 민박이 가능한 팬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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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이 바다에서 막 채취한 굴을 차에 싣고 있다. 경운기와 1톤 포터가 운송수단으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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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맥마을 가는길에서 만난 흑염소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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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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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지만 다맥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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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맥마을은 산줄기가 많아 다른 마을과는 달리 마을이 집단으로 형성되지 않고 띄엄띄엄 흩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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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와 정자. 뒤로는 개섬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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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어촌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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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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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어촌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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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배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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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막. 채취한 굴을 따는 장소로 이용된다. 다맥마을 가는 길 곳곳에서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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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배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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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맥마을 갯벌과 굴 배양장. 서포굴은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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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채취한 굴을 차에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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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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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에 모습을 드러낸 갯벌에 홀로 덩그라니 놓여 있는 작은 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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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인데도 다맥마을 주민들은 굴 채취를 하느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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