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재 (문학박사,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나는 이런 경우 공자가 말한 ‘역부족’이란 말을 떠올린다. ‘역부족’이란 문자 그대로 ‘힘이 모자란다’는 뜻이다.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죽을 힘을 다해 덤벼도 도저히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에 쓰이는 말이다. 이 말을 어릴 적 축구 중계방송을 보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벌이던 국제경기였는데, 분명치는 않지만 상대는 아마도 브라질 정도 되는 강팀이었을 것이다. 어린 내가 봐도 이미 승부는 결정이 났고 설상가상으로 우리 선수들은 다리에 쥐가 나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상황에서 아나운서가 했던 말이다. “아! 네, 역부족입니다.” 눈물겹도록 안타까운 순간에 들었던 표현이라 쉽게 잊히지 않는 모양이다.
이 말에 대해 상대적으로 쓰이는 표현으로 ‘자획(自劃)’이란 말이 있다. ‘스스로 금을 긋는다’는 말로, 적당한 시점에서 자기 발 앞에 금을 긋고 ‘여기까지!’라고 외치며 스스로 포기한다는 뜻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내가 지금까지 결심했다가 포기했던 일들은 대부분 이 ‘자획’에 해당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이 ‘자획’을 스스로 인정하기 싫어서 갖다 댄 핑계는 또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따지고 보면 이런 말들이야 그저 ‘열심히 살자’, ‘최선을 다하자’ 등의 아주 평범한 의미를 다르게 표현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굳이 공자가 아니라 해도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새해 결심을 두고도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데, 보다 큰 대승적 차원의 각오에 있어서야 두말 할 것도 없지 않을까. 어쩌면 스스로 생각해도 불가능해 보이는 결심을 했다고 해도 그 당시에는 가능하다고 믿어서 그런 다짐을 하지 않았을까.
쉽게 보이지도 않지만 막상 부딪쳐 보면 더욱더 쉽지 않은 것이 세상이다. 우리나라만, 내가 살고 있는 주위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지구 반대편 저 멀리 아프리카에 살던 어떤 흑인 영감은 “모든 일은 항상 불가능해 보인다. 당신이 해내기 전까지는….”라고 했다. 그는 결국 그 불가능해 보이던 목표를 이루고 죽었다. 그 영감 이름이 넬슨 만델라이다. 우리가 품었던 꿈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것이 벌써 불가능해 보인다 해도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조여 매 볼 일이다.
김익재 (문학박사,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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