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는 거울로, 마음은 술로 본다
외모는 거울로, 마음은 술로 본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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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서 (진주경찰서 생활안전과장, 경정)
동서고금에 술만큼 인간사에 애환을 많이 품고 있는 것이 또 있을까? 반잔 술에 눈물나고 한잔 술에 웃음나며 근로는 나날을 풍요롭게하고 술은 쉬는 날을 행복하게 한다는 애주가의 빛이 있는가 하면 술은 범죄자의 아비요 더러운 것들의 어미라고 하는 술의 그림자….

유럽과 아랍이 수많은 전쟁을 했는데도 아랍이 한번도 이기지 못한 이유가 아랍권의 금주문화 때문이란 설이 있는 것을 보면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간에도 술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이처럼 영고성쇠(榮枯盛衰)를 한몸에 품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게하는 술이야기 좀 해보자.

주백약지장(酒百藥之長)이라하여 술은 모든 약중에서 으뜸이라 어떤 의서(醫書)에도 술을 금하는 의서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잘 마시면 약이요,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된다는 술 아닌가. 술주(酒)가 삼수변에 닭유(酉)라 술은 유시(오후 5∼7시)에 닭이 물 먹듯이 마시라고 글자를 설명했는데 글자를 아는 한국인은 벌컥 냉큼 마시고 글자를 모르는 서양인은 조금씩 베어 마시니 알고도 모르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가.

중국의 주도(酒道)에 보면 술을 마시는 량에 따라 심신에 변화가 오는데 첫 번째가 해구(解口)라 하며 입이 풀려서 말이 없던 사람이 말수가 늘어나고, 두 번째가 해색(解色)이라하여 색이 풀린다고 해서 이 단계가 되면 곰보·언챙이도 양귀비처럼 예쁘게 보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술집에서 종종 말썽 피우는 단계이며, 세 번째가 해원(解怨)이라하여 해원이 되면 가슴 깊이 감춰둔 섭섭한 감정이나 비밀들이 슬슬고개를 내민다고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잘 안 풀리거나 화해를 할때는 해원까지 술을 마셔야 성사가 된다고 하니 취중에 한 말이 진실에 가깝다는 연구발표나 취중진담이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해망(解忘)이라하여 흔히 우리가 말하는 ‘테이프가 끊겼다’는 단계로 인사불성을 말하는데 절대로 이 지경까지 술을 마셔서는 안된다고 하며 또, 3일에 한번 마시는 술은 금이요 밤에 마시는 술은 은이며 낮에 마시는 술은 독이 된다고 하여 낮술을 금하도록 했고 여기에 단서를 붙여 슬픈 일이 있을 때만 낮술을 허용해 이술을 비주(悲酒)라 불렀다고 한다.

주색우학(酒色友學)이란 말이 있다. 인생사는데 술마시는 법이 제일 어렵고 다음이 색을 접하는 것이며 다음이 친구사귐이고 제일 쉬운 것이 학문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턱대고 마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이 어렵고 중요한 주법(酒法)을 제대로 가르쳐 주는 스승도 가르쳐 주는 곳도 없으니 한번쯤 음미하며 마시는 것도 밑지는 장사는 아닐성 싶다. 외모는 거울로 보고 마음은 술로 본다니까.

박명서 (진주경찰서 생활안전과장, 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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