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중심의 채용트랜드와 취업준비
직무중심의 채용트랜드와 취업준비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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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 법학과 교수)
전국 대학교의 겨울방학이 한창인 요즘 예년보다 많은 학생들이 지도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하여 취업과 진로에 대한 상담을 신청하고 있다. 이미 지난 해 12월에 취업상담을 했던 학생들도 다수 있다. 그 이유는 지난 15일 삼성그룹이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한다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의 신입사원 채용제도는 우리나라의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선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은 1957년에 대규모 우수인재 확보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채용제도를 도입했고, 1995년에는 삼성직무적성검사인 SSAT를 도입했으며, 2009년에는 직무지식 및 실무능력 향상을 위해 ‘채용으로 연결되는 인턴제도’를 도입했는데,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도 그 때마다 삼성의 이러한 선발기준을 토대로 신입사원을 채용해 왔다.

삼성그룹에서 실시하는 연중 2회의 신입사원 공채에는 기본 요건만 갖춘 구직자라면 누구라도 인터넷으로 신청해 SSAT시험을 보고 면접시험을 치룰 수 있었다. 지난해 SSAT시험 응시자의 수가 20만 명에 이르렀으며, 기출문제를 푸는 사설학원이 수십여 개나 등장하고 시험을 위한 수험서적도 60여개에 이르는 등 취업준비생들이 부담하는 취업비용이 심각할 정도로 많이 발생했고, 삼성 측에서도 많은 응시생들을 수용하기 위한 SSAT 시험고사장을 확보하는 데에 수십억 원을 지출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당초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도입된 SSAT시험은 그 도입 초기에는 나름대로 응시생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져서 학연이나 지연을 배제한 실력있는 인재가 입사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으나, 취업준비생들이 기출문제나 예상문제 풀이 및 학원강의를 통해 기술적으로 점수를 올리는 것이 가능해짐으로써 SSAT시험과 우수인재 확보의 상관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삼성은 19년 만에 서류전형을 부활, SSAT시험을 치르기 전에 서류전형을 통해 응시인원을 축소하고, 대신에 전국 4년제 대학 200여개 대학의 총·학장에게 추천을 받은 5000명의 우수한 인재에게는 서류전형을 면제해 곧바로 SSAT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 서류접수도 연중 지원으로 바꾸고, 주요 대학 캠퍼스를 방문해 찾아낸 인재들에게는 서류전형 없이 시험을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한 SSAT시험의 내용도 종합적 사고능력을 보유한 인재채용을 위해 기존의 지식과 암기력 중심의 평가에서 독서와 경험으로 개발되는 논리력 중심의 평가로 변경했다. 상식 영역에는 인문학적 지식, 특히 역사와 관련된 문항을 확대해 역사에 대한 인식을 지니고 있는 인재를 우대하기로 했다. 삼성의 새로운 채용제도에도 불구하고 전체 채용인원의 35%는 지방대 출신, 5%는 저소득층 출신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은 그대로 유지된다.

서류전형을 부활하는 이유는 기업에 대한 이해와 집중적인 사전준비 없이 지원하는 응시인원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서류전형에서 학벌 중심의 평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으나, 삼성은 출신대학이 아닌 직무중심활동을 우대해 전문능력 중심으로 채용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물론 ‘논리력 증대’라는 명목으로 새로운 입사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우려도 있지만, 직무중심 채용트랜드가 더 강화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으로는 삼성뿐만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학생들은 저학년 때부터 진로탐색 및 진로상담을 통해 조기에 진로를 설정하고 취업준비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학연수나 자격증 취득 등 불필요한 스팩쌓기보다는 꾸준한 신문구독과 독서, 토론동아리 활동, 프리젠테이션 능력 향상 등 논리력을 키우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교에서도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기분석 및 진로상담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직무중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체계적인 기업분석이 필요하다. 전공 교과목에서도 논리력과 사고력, 토론 및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창석 (창원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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