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함께하는 농사꾼들의 뜻깊은 여행
땅과 함께하는 농사꾼들의 뜻깊은 여행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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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감나무 가지치기
매실나무 가지치기가 끝나면 곧이어 감나무 전정을 시작하기로 하고 계획을 세웠다. 봄에 심기로 준비해왔던 매실묘목 구입에 착오가 생겨 대목을 구해 심느라 감나무 가지치기는 늦어지고 말았다. 매실대목을 구하고 심느랴 과수농사를 짓는 ‘비화학적병해충방제연구회’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었다. 회원들이 모이자 회원 친목을 다지는 행사를 갖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농사철이 다가오기 전에 행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이달 정기모임을 대체하기로 했다. 행사는 1박2일에 원칙적으로 부부가 같이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장소는 교통이 비교적 편리한 욕지도로 정하고 그곳 지리에 밝은 회장이 모든 준비를 맡기로 했다. 어느 모임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많은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행사는 고생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차량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먹고 마실 음식까지 챙겨야 한다.

출발시간이 되자 모두 바이오센터 주차장에 모였다. 미리 배정한 차량을 나눠 타고 배가 출발하는 통영시 삼덕항으로 향했다. 늘 여행은 출발부터 마음이 설레고 들뜨기 마련이다. 모든 회원의 나이가 50살을 넘었는데도 마음은 욕지에 대한 기대로 말수가 많아지고 행동도 빨라졌다. 배가 출항하는 삼덕항까지는 차로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섬에서도 이동을 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타고 온 차를 배에 싣고 가기로 했다. 배가 출항하는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근처 찻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전 일을 마치고 바쁘게 출발하느라 끼니를 놓친 분들은 간식거리로 요기를 때웠다.

삼덕을 출항한 배는 욕지까지 한 시간 걸렸다. 욕지에 도착하자마자 차에 나눠 타고 전망이 괜찮은 숙소를 수소문해 바로 들어갔다. 숙소는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도 예약을 하고 온 것처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겨울 비수기라 빈방이 많았던 것이다.

숙소 배정을 마치고 한 방에 모여 요기 할 음식을 꺼내보니 종류와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과수농사를 짓는 회원들이 나눠먹기 위하여 한 두 개만 가져와도 될 배와 단감을 상자에 가득 담아왔기 때문이다. 풋고추도 시설채소농사를 짓는 회원이 박스째 보내왔다. 횟감을 싸 먹을 상추와 배추 등 채소는 물론 언제든지 먹을 수 있도록 썰어서 가져온 돼지고기 수육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저녁이 준비되고 생선회가 도착하자 차린 음식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풍성하게 준비한 음식을 서로 권하며 밤 깊은 줄 모르고 대화는 이어졌다. 농사에서부터 사람 사는 이야기까지 대화는 주제를 바꿔가며 밤바다의 파도 소리처럼 끝이 없었다.

다음날은 늦은 아침을 먹고 일주도로를 따라 욕지여행을 나섰다. 전망 좋은 곳에서는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구름다리를 건너며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시 배를 타고 나와 늦은 점심을 통영에서 먹는 것으로 행사는 끝이 났다.

모였던 장소에 도착하였는데도 헤어질 줄을 몰랐다. 단 하룻밤을 같이 보냈을 뿐인데 일 년을 함께 한 것처럼 가까워졌다. 무엇보다도 우리 회원들이 하는 일을 가족들이 이해하고 동참을 이끌어 낸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주말부터 감나무 가지치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막상 전정가위를 들고 나서보니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여기저기 과수원을 둘러보고 회장댁을 찾아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해서 배웠다. 다시 돌아와 가지치기를 시작해보니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망설여지기는 마찬가지였다.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물으니 과수원에 와서 가르쳐주겠다며 한 걸음에 달려왔다.

어린 유목부터 배우는 것이 쉬울 것이라며 시범을 보여주고 다른 나무로 옮겨 실습을 시켰다. 이렇게 몇 그루 시범과 실습을 반복하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가지치기는 올해농사 뿐만 아니라 미리 나무가 성장할 것을 가늠하며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지난 가을 감나무 잎이 지자말자 나무 간격이 비좁은 곳은 통째로 나무를 베어냈다. 그런데도 나뭇가지가 서로 얽힌 곳이 많아 가지째 베고 들어내야 할 곳이 많아 톱질로 가지치기를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배우고 깨닫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지금은 서툴지만 날이 지나고 해가 가면 언젠가는 기술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정찬효 시민기자

욕지나들이
초보농사꾼이 소속돼 있는 ‘비화학적병해충방제연구회’ 회원들이 욕지나들이 행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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