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이'
'오순이'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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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강사, 예담대표)
지난해 연말 저녁 무렵 우리는 알 수 없는 걱정스러움으로 두시간째 전화기를 잡고 있었다. 그 녀석이 갑자기 어떤 음식도 입에 대지 않고 어디가 아픈지 불안해 보였다. 전날 저녁 식구들이 먹고 남은 닭고기를 오전에 주었는데 혹시 뼈를 삼킨 것은 아닌가 해서 아들과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한 마음이 되었다.

몇 군데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고 문의를 해봐도 밤중에 우리가 해줄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손전등을 비추며 오르내리기를 여러번. 추운 날씨에 과수원 끝자락에 위치한 녀석의 집은 더욱 걱정이었고, 궁여지책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이불을 넣어주는 것 뿐이었다. 그때 우리는 수많은 생각 속에 있었다.

그 녀석은 출산을 앞두고 있었고, 평소에 먹이를 충분히 주지 못한 것,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하루종일 굶긴 일 등 잘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계속 반성하면서 혹시나 영원히 우리곁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앞으로 잘 돌봐 줘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추운 날 골짜기에서 자기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개줄에 묶여서 주인이 밥줄 시간만 기다리며 살았을 오순이.

다음 날 개집에 가보니 9마리나 순산을 하였고, 출산 하루 전은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틀 후 네 마리를 나무 밑에 묻어주면서 또다시 반성하게 되었다. 참으로 깨달음은 빨리 오지 않는 것인가. 그후 다섯 마리의 어미가 되어서 그의 이름은 ‘오순이’로 바뀌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처럼 아무리 바빠도 다시는 개를 하루종일 굶기지 않을 것이며 잘 보살필 것을 다짐하게 되었다. 어릴적 어머니가 동무를 사랑하고 늘 먹이를 잘 챙겨 주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우리가 공기의 고마움을 때때로 잊고 살 듯이 내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더욱 나를 낮추고 더 큰 가슴으로 보듬으며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 귀를 기울이기로.

다행히 네 마리는 강아지를 아끼는 새로운 주인의 품안으로 입양을 마치고 이제 한 마리 남아 있는 ‘봄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하는 차 소리만 들어도 먼저 달려와 반긴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소등하는 시간이 되면 또다시 자다가도 달려와 잘가라고 인사를 하면서. 어찌 미물이라 한들 소중하지 않는 것이 있으랴.

오늘도 풍경소리를 벗삼아 삶의 지혜를 떠올리며 이 시대를 함께하는 소중한 분들께 고마운 안부전화 한 통 보내드리면 어떨는지.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강사·예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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