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강사, 예담대표)
몇 군데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고 문의를 해봐도 밤중에 우리가 해줄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손전등을 비추며 오르내리기를 여러번. 추운 날씨에 과수원 끝자락에 위치한 녀석의 집은 더욱 걱정이었고, 궁여지책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이불을 넣어주는 것 뿐이었다. 그때 우리는 수많은 생각 속에 있었다.
그 녀석은 출산을 앞두고 있었고, 평소에 먹이를 충분히 주지 못한 것,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하루종일 굶긴 일 등 잘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계속 반성하면서 혹시나 영원히 우리곁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앞으로 잘 돌봐 줘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추운 날 골짜기에서 자기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개줄에 묶여서 주인이 밥줄 시간만 기다리며 살았을 오순이.
다음 날 개집에 가보니 9마리나 순산을 하였고, 출산 하루 전은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틀 후 네 마리를 나무 밑에 묻어주면서 또다시 반성하게 되었다. 참으로 깨달음은 빨리 오지 않는 것인가. 그후 다섯 마리의 어미가 되어서 그의 이름은 ‘오순이’로 바뀌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처럼 아무리 바빠도 다시는 개를 하루종일 굶기지 않을 것이며 잘 보살필 것을 다짐하게 되었다. 어릴적 어머니가 동무를 사랑하고 늘 먹이를 잘 챙겨 주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우리가 공기의 고마움을 때때로 잊고 살 듯이 내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더욱 나를 낮추고 더 큰 가슴으로 보듬으며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 귀를 기울이기로.
다행히 네 마리는 강아지를 아끼는 새로운 주인의 품안으로 입양을 마치고 이제 한 마리 남아 있는 ‘봄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하는 차 소리만 들어도 먼저 달려와 반긴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소등하는 시간이 되면 또다시 자다가도 달려와 잘가라고 인사를 하면서. 어찌 미물이라 한들 소중하지 않는 것이 있으랴.
오늘도 풍경소리를 벗삼아 삶의 지혜를 떠올리며 이 시대를 함께하는 소중한 분들께 고마운 안부전화 한 통 보내드리면 어떨는지.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강사·예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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