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그리고 소통
교사, 그리고 소통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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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 (곤양고등학교 교사)
아이들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의 눈높이에서 보는 것인데 교사로서 나는 그 ‘소통’이라는 것을 아이들과 얼마나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부쩍 든다. 나와 아이들이 소통하지 않는다면 교육의 효과는 물론이거니와 어떤 작은 변화도 끌어 낼 수 없다. ‘소통’이란 뜻이 통해서 오해가 없다는 것인데 그 ‘뜻’에서부터 아이들과 교사인 나는 벌써 엄청난 격차가 있다. ‘뜻’이란 무엇을 하고자 하는 속마음인데 아이들과 나의 속마음을 다르게 하는 요인들은 너무 많다. 지식과 태도, 관점과 가치 등이 너무 달라서 도저히 같은 것이 없는데 교사니까 맞춰야 소통이 된다는 상황이 가끔은 답답할 때도 있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나의 지식과 태도, 어떤 경우에는 삶의 방향까지도 아이들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하는 수 없이 나의 ‘나이와 지식’과 ‘관점과 가치’를 내려놓고 아이들의 눈높이가 되어야 소통이 가능해진다. 그야말로 수도자의 자세가 되어야만 가능한 것인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어서 늘 아이들과 소통의 문제는 끊이지 않고 생겨난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교사의 지식과 가치로 눈을 높이라고도 할 수 없으니 그저 교사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와 마음으로 낮추고 그들과 ‘소통’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곳에서 이 ‘소통’의 문제는 있다. 회사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소통’이 있어야 그로부터 에너지가 생기고 그것을 바탕으로 능률을 향상시켜 이윤이 극대화된다. 마찬가지로 국가는 국민들과 권력자의 ‘소통’이 있어야 모두가 국가발전에 동참하게 되고 그로부터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사용자가 눈높이와 마음을 낮추고 노동자를 대할 때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고, 국가에서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눈높이와 마음을 먼저 낮출 때 비로소 국민들과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다.

교사가 자신의 권위 때문에 아이들의 눈높이와 마음을 무시하고 독선적으로 대하면 아이들은 그 교사로 향하는 모든 마음을 접기 때문에 어떤 변화의 에너지도 생기지 않는다. 교직생활 동안 경험한 절대적 진실이다. ‘소통’없는 아이들과 교사는 같은 교실에서 서로 다른 세계에 있게 되는데 그 결과는 매우 참담하고 동시에 아이들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회사의 ‘소통’부재는 회사의 근본목표인 이윤증가를 둔화시켜 마침내는 사용자도 노동자도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국가의 ‘소통’부재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 자체를 흔들 수 있다. 그 영향은, 교사보다 아이들이 더 큰 상처를 입는 것처럼 국가에서는 권력자들보다는 국민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될 지도 모른다.

김준식 (곤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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