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고구마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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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할머니가 보내셨구나. 이 많은 감자를, 야! 알이 참 굵기도 하다. 화롯불에 감자를 구으면 할머니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국어책에 실려 있던 글이 새삼 생각난다. 배 고팠던 시절 감자는 고구마와 함께 끼니를 대신해 주던 대표적인 구황식품이었다. 다만 감자는 북쪽지방에서 즐겨 먹었고 고구마는 남쪽에서 많이 먹은 것이 다르다면 다르다.

▶고구마는 원래 중남미가 원산지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현종 때인 1663년 처음으로 등장한다. 일본사람들이 즐겨 먹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으나 실제로 고구마는 1763년 통신사로 일본에 건너간 조엄에 의해 제주도 등 남해안에 재배된 것이 시초이다. 운석유고라는 책에는 그래서 고구마를 조저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적고 있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고구마는 겨울철 한끼 정도의 식사대용이었다. 땅이 척박하고 농지가 부족했던 남해 등 섬지역 주민들이 주로 심어 부족한 식량을 대신했던 것이다. 새마을운동으로 농지가 늘어나고 관개수로가 발달하면서 논이 급격히 늘어나 비로소 식량부족을 해결하면서 고구마는 한때 버림을 받아 소주원료인 주정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게 고작이었다. 고구마를 들먹이면 진저리를 치며 쳐다 보지도 않았을 만큼 질려 흰 쌀밥에 매달렸던 것이다.

▶요즘 들어 고구마는 건강식품으로 재조명돼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러 고구마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 재배농가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도시인들도 직접 재배하는 사례가 늘어나 농촌진흥원이 종자공급과 재배방법 홍보에 나선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사과나 배로 인사하던 선물이 고구마로 변하는 추세이다. 설 선물로 고구마 한 상자는 어떨까.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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