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미술대학졸업생들에게
지역미술대학졸업생들에게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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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동 (창원대 미술학과 교수, 미술학 박사)
올해도 어김없이 입춘과 더불어 졸업시즌이 다가올 것이다. 미술대학에 몸 담고부터 걱정은 우리 학생들이 졸업을 해서 미술가로서 여하히 활동을 하게 될 것인가이며 또한 어떻게 먹고 살아갈 것인가이다. 요즘 학생들 대다수는 후자에 관심이 집중되어 보인다. 시대적 패러다임이 변화한 탓일까. 지금 미술대학 학생들의 자기 전공에 대한 인식은 날로 희박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세계의 가상공간이 지배하는 대량소비 사회에서 욕망중심의 사고와 행동은 자기중심적인 정황을 주도할 뿐만 아니라 무책임과 방관적 태도를 양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미술수업 현장에서도 무수히 일어나고 있다. 학생 개개인들의 작품구상이나 전개, 방법에 있어서 아날로그적 방식보다는 디지털 방식이 더 익숙하며 노동에 따른 인고의 산물을 기대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즈음 미술학교를 졸업하는 제군들에게 미술현장과 관련해 몇 가지 소회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먼저 사람과의 소통, 즉 상호작용이다. 예술은 그 시대의 산물인 동시에 정신이라고 하듯이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바로 이 시대의 코드이며, 그것을 여하히 공유하고 소유하게 할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현실적으로 미술인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관람객들은 너무나 멀리에 있다. 목하 미술시장은 100년 전 상황이나 유사해 보인다.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예술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목숨을 담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제안을 한다면 르네상스 때와 같이 정부나 대기업의 획기적인 지원이나 미술프로젝트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의 문제는 미술품 그 자체에도 문제지만, 여러 제도권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행정적인 뒷받침을 어떻게 공유하고 공고히 하는가에 있다. 이러한 일들이 앞으로 미술학도 여러분이 주도해 나가야 할 몫이며 여러분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전공에 대한 차별화된 ‘자기주제어’ 도출이다. 타인의 방법론과 다른 차별화된 자기주제어 도출이란 특별한 개성을 말한다. 예술사상, 각 텍스트 간의 차별화는 제 예술품들의 생명력을 보증하는 것이었으나, 이제 그 차별적인 행위는 수열식으로 단지 확대 재생산을 거듭할 뿐 더 이상 차이를 생산해 내지 못하고 있다. 생산제품이나 예술품 역시 이미지 그 자체의 소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의 생산제품은 유용가치를 상실하면 구매하는 대상이었으나 우리 소비사회시대에는 제품 그 자체보다는 제품의 이미지를 소비하게 하는데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러분은 디지털적인 인과관계에서 벗어나 직접 현장을 찾아 스케치하고 고민하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론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테면 ‘지금은 없는 것’에 대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자기 토양의 것, 자기 환경의 것들이 곧 자기 자신을 결정 짓는 요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역미술에 대한 ‘자율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한국적 상황에서 보면 제반 예술문화는 서울·경기지역 일변도로 흘러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현 정부에서는 개발과 재생의 문제를 두고 재정지원을 하는 등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 안에서 융합되어 가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이처럼 지역사회와 문화가 끊임없이 융합하고 이미 ‘사라진 것’에 대해 주목함으로써 우리 지역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정초가 마련될 것으로 생각된다. 자기 존중의 정신과 자기 문화의 뿌리를 찾아 ‘지금 없는 것’에 대한 자기고민을 거듭할 때 지역미술 부흥에 대한 창조적인 사유는 구축될 것으로 예견이 된다. 이것은 고답적인 자기 문화향수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가속화되고 있는 문화의 중앙집중 현상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자기 토양에 근간을 둔 미술문화를 연구하고 창작해 나감으로써 일방향적인 문화행정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자는 것이다. 모든 예술적 본향은 지역이며 그것이 바로 ‘세계적이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해동 (창원대 미술학과 교수, 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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