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와 친해지는 한 가지 방법
논어와 친해지는 한 가지 방법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익재 (문학박사,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선임연구원)
공자는 세계 4대 성인 가운데 한 분으로 추앙을 받는 인물이고,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텍스트로는 ‘논어’를 능가할 것이 없다. 그럼에도 ‘논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이라도 정독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흔히들 ‘고전(古典)’을 ‘모든 사람들이 읽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다면 ‘논어’는 분명 고전에 속한다.

사실 ‘논어’가 결코 재미있는 책이 아니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주로 점잖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다 설상가상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번역서는 한복에 갓 쓴 할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문장으로 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점들이 ‘논어’를 비롯한 동양 고전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공자는 정말 모든 말을 이렇게 근엄한 분위기로 전달했을까.

동양 고전에 대해 다양하고 해박한 식견을 가진 남회근(南懷瑾)이란 학자가 있다. 그는 동양 3교(敎)를 불교, 도교, 유교로 보고 그 각각을 백화점, 약방, 쌀가게로 비유하였다. 누가 들어가든 왜 들어가냐고 묻는 법이 없고, 물건을 아무리 구경해도 사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없고,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와도 왜 그냥 가냐고 묻는 법이 없는 곳이 백화점이다. 불교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평소에는 거들떠보지 않아도 아무 상관이 없지만 병이 나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 약방이다. 노장(老莊)사상이 그런 부류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쌀가게는 어떤가. 단 하루도 그냥 지나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곳이다. 그만큼 유학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본적 인간관계를 가르쳐 주는 학문이며, 그래서 공자는 바로 우리 동네 쌀가게 주인과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논어’의 첫 구절은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으니 또한 군자가 아닌가’라는 식으로 옮기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을 우리 동네 쌀가게 아저씨의 친근한 모습을 상상하면서 읽으면 어떨까. “모르면 좀 배워, 그리고 배웠으면 배운 대로 한 번 해봐. 어때 뿌듯하지? 그렇게 살다 보면, 네 속을 알아주는 사람이 멀리서도 찾아올 거야. 그런가 하면 네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야. 그런 걸 바란 건 아니잖아?” 아마도 세상 물정에 밝은 우리 동네 쌀가게 주인 공씨 아저씨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논어’는 공자의 말 혹은 공자와 그 제자의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편안하고 유쾌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읽어도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게 어깨에 힘을 빼고 읽으면 ‘논어’도 재미있다.

김익재 (문학박사,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