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禽獸)보다 못한 者들
금수(禽獸)보다 못한 者들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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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서 (진주경찰서 생활안전과장, 경정)
며칠 지나면 우리고유 명절인 설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기 위해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 바쁜 일을 핑계로 자주 만나지 못해 소원했던 부모형제 일가친척을 만나 정담을 나누고 조상제사를 모시고 선산을 찾아 성묘하며 음덕을 기린 후 이웃 어른께 세배 드리는 일이 어찌 수고롭고 번거롭다 하여 피하거나 미룰 수 있는 일이겠는가.

효도와 공경은 사람이 살아가는 근본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람의 도리를 못하고 패륜적인 언행을 일삼는 자식들을 보고 금수보다 못한 자라고 하지 않던가. 여기서 말하는 금수(禽獸)는 날짐승과 길짐승을 가리키는데, 날짐승 중에서 까마귀는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갖다 받치는 데서 나온 말로 효를 상징하는 반포지효(反哺之孝)라 하고, 길짐승 중에서 수달은 이른 봄에 물고기를 잡아 그중에서 살찐 것을 골라 양지 바른 바위 위에 말리는데 그 이유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찮은 새나 짐승도 부모를 봉양하고 조상을 기리며 제사를 모시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부모봉양을 등한시하거나 선대 조상의 제사를 건성으로 하는 것을 보고 옛 사람들은 금수보다 못한 자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우리는 세계사에 그 유례가 없는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한 대견한 나라요 국민이다. 하지만 세월은 변해 반만년 이어온 미풍양속은 퇴락하고 효는 가물거리며 끈끈한 정으로 맺어온 가족관계는 물질만능과 이기적인 삶으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금년 설에도 예외없이 고향 동구 밖에는 혹시나 하고 눈 빠지게 자식들을 기다리는 노부모와 비바람에 허물어지고 잡초에 쌓여 형체도 분간키 어려운 선영(先塋)을 외면한 채 가족, 친구끼리 떼를 지어 국내외로 여행 떠나는 사람들이 공항에는 북새통을 이루겠지. 설 연휴를 지정한 본뜻을 잊은 채 일말의 부끄럼이나 미안한 기색도 없는 금수보다 못한 자들이. 그래서 속담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했는가.

형제간 우애롭고 부모공경하며 선영관리 잘하는 집안치고 못살거나 잘못된 후손은 없다고 했다. 효도하는 마음은 처자식으로 인해 줄어들고 선영을 욕되게 하는 것보다 더 추한 행동은 없다고 하는 말 다시 한 번 음미해 보자.

몇 년째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모두가 힘든 현실이지만 이번 설에는 연휴도 길고 하니까 처, 자식을 데리고 여유롭게 고향 찾아 부모형제 일가친척 만나 서로 격려하고 선영관리도 하면서 참다운 삶을 실천해 보자. 우리 명절문화 속에 흐르는 인간관계의 따스함과 생활의 지혜를 자녀들이 스스로 체험토록 하자. 금수보다 못한 자 되지 않고 자녀들 본도 받도록.

박명서 (진주경찰서 생활안전과장, 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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