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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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공짜란 ‘돈을 주고 사지 않은 것. 또는 어떤 대가 없이 생긴 것’으로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양잿물(NaOH)은 강알칼리성으로 몸에 들어가면 단백질로 이뤄진 우리 몸은 치명적인 손상을 받아 사망에 이르게 됨에도 불구하고 먹는다는 것이니 ‘대가 없이 무엇을 얻을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천한 사람의 짓’을 비꼬아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모두 공짜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공짜로 무엇을 얻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는 경제학의 기본으로 ‘공짜 점심은 없다(There’s no free lunch)’를 배워 왔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 사실 이런 정책들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 ‘무상복지’를 엄밀히 따진다면 ‘무상’ 아닌 국민으로부터 낸 세금을 재배분하는 것 아닌가.

선거철이 되면 일부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복지’라는 사탕발림으로 국가의 ‘미래’를 망치려 한다. 6·4 지방선거도 ‘포퓰리즘’에 속지 않으려면 국민들이 똑똑해야 한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천년제국 로마가 망한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로 흥청망청 재정을 든다. 전성기 때 로마는 걷은 만큼 썼지만 망할 때 로마는 쓸 만큼 걷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295개 공공기관의 부채가 493조3000억원, 지방공기업 부채 72조5000억원을 합하면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는 566조원으로 국가 채무 466조원보다 많다. 가계 빚도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다. 공기업과 공공부문 개혁 필요성은 이미 발등의 불이 된지 오래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공기업 개혁을 주도할 것인가. 역대 정부가 출범 초 공기업 개혁을 내걸었다가 모두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제 피할 수도 없고 또 피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며 올해를 넘기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과 이것만 제대로 되면 성공한 정부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임을 전제로 공기업 개혁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가 힘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공기업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라. 코레일의 불법파업은 국민적 공감대와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백기투항했다고 볼 수 있다. 자산·부채·각종 근무환경 및 복리후생 등을 국민들에게 낱낱이 알려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국민들에게 묻고 소통하여 국민의 힘으로 개혁해야 성공할 수 있다. 조금 늦더라도 말이다.

둘째, 공기업에 대한 손익계산을 확실히 하고 국책사업 예산을 공기업에 포장하지 마라. 그래야만 책임소재가 명확할 것 아닌가. 적자를 감수하면서 운영해야 될 공기업도 있을 것이다. 정부·학계·전문가·민간인·외국인 등이 참가해 295개 공기업을 이 잡듯이 실사하고, 외국의 실태를 분석해 경쟁체제 및 민영화 전환으로 국가 경쟁력을 향상하고 국민의 혈세를 절약해야 한다.

셋째, 공공기관장 인사의 전문성을 제고시켜야 한다. 전문성이 없는 3년짜리 ‘낙하산’ 인사로 공기업 개혁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작년 임명한 공공기관장 77명 중 34명이 낙하산 인사’라고 한다. 정당의 존립은 정권창출에 있고, 정권창출에 기여하고 능력도 있는 사람은 낙하산 인사가 아니다.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기업도 살아나고 개혁도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기업 개혁의 단골메뉴인 ‘신의 직장’, 즉 ‘성과급·장학금·자녀 직장 등’ 복리후생과 연봉문제다. 개인사업체가 적자를 보는데 공기업처럼 복리후생제도를 적용할 수 있을까. 기업폐쇄 후 문을 닫을 것이다. 전문성 없는 주인이 3년마다 바뀌니 노동자가 왕이고 터줏대감이다. 급료체계와 복리후생 문제, 공공기관장의 임기문제 등도 강력한 개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현명한 왕이 신하들에게 세상의 지혜를 담은 책을 만들도록 명령했다. 신하들은 헤맨 끝에 모두 12권의 책을 만들었는데 왕은 백성들이 좀 쉽게 볼 수 있도록 줄이라고 했다. 12권의 책은 한 권으로 요약됐다. 더 줄이라는 명령에 한 권의 책은 한 문장으로 압축됐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를 받아본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중국의 고전 ‘장자’에 나오는 얘기다.

 

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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