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성 기자
일명 ‘AS기사’로 통하는 이들은 삼성옷을 입고 삼성직원이라 소개하며 삼성일을 하고 있지만, 삼성은 “우리 직원이 아니다”고 외면한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삼성전자가 대주주)의 협력업체가 고용한 직원이라는 이유다. 파업집회에 나섰던 직원들은 면접과 교육을 모두 삼성에서 받았다. 삼성 정직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계약을 협력업체 사장과 했다는 점이다. 임금을 줄이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계약이다. 직원들은 협력업체 사장을 ‘바지사장’으로 부른다.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AS기사 연봉은 천차만별이다. 하는 만큼 주기 때문이다. 얼핏 듣기엔 공정한 제도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경력 상관없이 일한 시간을 분당 계산해 지급하는 분당임금제는 이들이 꼽는 최악의 제도다. 제품의 고장원인을 찾기 위해 하루종일 붙들고 있어도 모든 시간을 근무로 인정받지 못한다. 회사는 AS내역별로 10분, 20분, 30분 처럼 분당 매겨진 시간만 인정받는다. 분당 임금은 225원이다. 10분짜리 일을 했다면 2250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출장 이동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음 AS까지 대기하는 동안에도 근무로 인정 안된다. 본인 차로 이동하며 시내 출장의 경우 유류비는 본인 부담이다. 한달에 150만~200만원 가량 번다는 한 베테랑 AS기사는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온다고 말한다. 얼마전에는 주말도 없이 거의 매일 밤 9시까지 일했지만 1년동안 1800만원 밖에 수입을 올리지 못한 후배가 퇴사하기도 했다고 한다.
금속노조는 2012년 한해동안 삼성전자는 제품가격에 포함시킨 AS비용(통상 제품원가의 10%)으로 1조7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서비스센터에 지급된 금액은 6000억에 불과하다. 노조 얘기가 맞다면 삼성전자는 1조원 이상을 앉아서 번 셈이다.
회사가 좋은 제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선 최고다. 하지만 공정하지 못한, 누군가의 피눈물로 만들어진 최고라면 결국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일류’하고 외치는 삼성. 진정한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서비스노동자를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대우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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