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승진
교사와 승진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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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 (곤양고등학교 교사)
26년 정도 교직에 있어 온 필자는 최근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이제 승진해야지” 또는 “이제 교감 할 나이 아닌가?” 또 아니면 “승진 점수는 거의 다 되어가지?” 그에 대한 대답은 빙그레 웃거나 어떨 때는 벽지(오지)점수가 없어 어렵다는 제법 현실적인 이야기로 대충 얼버무려 버린다. 해마다 열리는 수업연구대회에 자주 참여한다. 그 이유는 교사가 가져야 할 처음이자 마지막 능력이 바로 수업을 잘하는 능력이며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한 훈련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대회에 나갈 때 가끔씩 동료교사들로부터 소위 ‘점수’를 따기 위해 그 일을 하는 것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 오해가 두려운 것이 아니지만 순수한 나의 의도가 왜곡되어 읽히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다.

교사가 승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점수가 필요하다. 교사의 자발적 노력으로 획득 가능한 점수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끔 노력으로만 획득이 매우 어려운 점수도 분명 있다. 교육청에서 제시한 승진에 필요한 점수가 갖춰지면 승진의 조건이 되고 거기서 다시 경쟁을 거쳐 기준선을 통과해야만 승진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사람을 키우는 교육의 장에서 이러한 치열한 ‘점수’ 경쟁으로 승진이 결정된다는 다소 아이러니한 구조가 현재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교사들은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고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정(벽지근무 등)을 자청한다. 하지만 그것도 만만하지 않다. 지원 교사가 너무 많아 그곳에 들어가는 것도 엄청난 경쟁을 거쳐야 한다. 이런 구조가 승진하고자 하는 교사에게 주는 심리적 부담은 매우 커서 오히려 ‘교육’이라는 대전제에 손상을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 교육현실은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가 별 다른 하자가 없고 승진 의사가 있다면 승진할 수 있는 구조는 최소한 아니다. 일종의 병목현상으로 생긴 장벽이 승진에 대한 어려움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OECD국가의 대부분은 이런 승진구조에서 이미 오래전에 탈피했다. 우리도 ‘초빙’이나 ‘공모’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역시도 이런 ‘점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워낸다는 관점에서 승진제도를 생각해보면 현재 학교 현장의 승진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큰 전환이 필요하다. 즉 승진하든 혹은 승진하지 않든 모두가 교육적 헌신이 될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전 교사가 승진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두 가지 입장을 병렬적으로 이해하고 모두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승진하지 않는 교사와 승진하는 교사의 차이가 교육의 방법적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때 지금의 승진제도의 여러 문제점은 조금씩 해소될지도 모른다.

/곤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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