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취(高麗臭)
고려취(高麗臭)
  • 경남일보
  • 승인 201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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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서 (진주경찰서 생활안전과장, 경정)
즐겁고 분주했던 설 명절, 지나고 보면 모든 것이 시원섭섭하고 머릿속에 남는 것은 맛있는 음식에 술 한잔 나눈 것뿐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듯이 식욕이 충족 안 된 상태에서 무엇이 생각나고 무엇이 필요할까. 고려취란 말이 있다. 한국 사람들의 몸에 베여 있는 냄새를 지칭하는 것 같다. 외국인의 코를 막게 하고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김치, 된장, 젓갈류 같은 발효식품을 먹고 난후에 나는 냄새다. 이 고려취의 본체가 세상의 주목을 받으면서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우주인의 권장 식품으로 김치가 선정된 지 오래고 작년에는 김장문화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세상에 가장 원초적인 맛이 소금맛이라고 한다. 소금만 있으면 채소, 곡물, 고기 할 것 없이 아무것이나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금맛을 맛의 원천인 제1의 맛이라 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보다 더 맛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고 그래서 만들어 낸 것이 각종 소스다. 우리말로하면 양념 같은 것이다. 이 소스의 맛을 제2의 맛이라고 한다. 서양 사람들은 마요네즈, 케첩 같은 다양한 종류의 소스를 만들어 식탁을 풍성하고 맛있게 장식해 왔다. 그러다 보니 소스 문화권에 빠져 더 이상의 진전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해 서서히 제3의 맛의 시대로 옮아가고 있다는 미래학자 토플러의 지적이다.

제3의 맛이란 서양인에게는 생소하고 새로운 맛이지만 우리민족에게는 옛날 옛적부터 즐겨 먹고 있는 간장, 김치 같은 발효의 맛이다. 제2의 맛은 다른 식품을 첨가해서 내는 맛인데 반해 제3의 맛은 식품자체에서 맛을 우려 낸다는데서 보다 문명적이고 보신적이다.

이 발효식품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식약동체란 말처럼, 발효식품에서 만들어진 효소 때문이라고 한다. 효소는 1억분의 1㎜크기의 단백질 알맹이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음식물의 소화 흡수를 촉진하고 각종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며 항균, 해독, 혈액정화 등 모든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촉매물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먹거리의 과다 섭취로 비만, 당뇨 등 생활 습관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제3의 맛인 발효식품이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고 했던가.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수치스러워했던 고려취가 세상 모두가 선망하는 최고의 건강식품이 되어 앞 다퉈 이를 찾고 있으니 보석을 몰라보고 천대했던 어리석음에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이제 당당히 나서자. 맛의 최고경지에 있는 제 3의 맛을 전 인류가 공류할수 있도록 먹거리 한류를 펼치자. 그리고 조상의 지혜에 감사드리자.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박명서 (진경찰서 생활안전과장·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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