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국인 안중근과 중국인
대한국인 안중근과 중국인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지난 1월 19일 중국 하얼빈 역에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 개관식이 열렸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했을 때 안의사의 의거 현장에 표지석이라도 세웠으면 좋겠다는 뜻이 전달되고 나서 7개월 만에 표지석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념관을 건립한 것이다. 남의 나라 영웅을 기리는 기념관을 세우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그 만큼 세상은 변해 가고 있다는 증좌다.

중국은 한국이 2006년부터 안의사의 의거기념 표지석만이라도 설치해 달라는 요구를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한국의 민간기업인 한분이 자비(自費)로 같은 해에 하얼빈 중심가에 안의사의 동상을 건립한 적이 있었다. 중국은 그 즉시 이 동상의 철거를 요구했다. 할 수 없이 의거 100주년을 맞아 한국으로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역사가 어느 사이에 중국 주도로 기념관이 설립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대통령 외교의 공적과 함께 세상이 변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일본의 눈치를 보면서 의거표지석 설치도 미온적이었던 중국의 이러한 태도변화는 물론 작금의 일본과의 껄끄러운 관계도 한몫을 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한중관계의 변화와 안중근 의사에 대한 중국인들의 평소 존경심도 그에 못지않게 한몫을 한 것이라 여겨진다.

보도에 의하면 안의사의 기념관 건립 기념식에서 이 공사를 주관했던 흑룡강 성의 부 성장 쑨야오(孫堯)는 이런 기념사를 했다. “한 세기의 긴 역사동안 안 의사를 추모하고 그리워 하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 오늘 이곳에 기념관을 건립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인류가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과거를 반성하며 미래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아울러 공사를 책임졌던 하얼빈 문화신문 출판국 부국장인 쉬허동(徐鶴東)이라는 사람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중국에는 특정 외국인을 위한 기념관이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안의사의 기념관 개관을 계기로 각국이 역사를 제대로 보고 인류평화를 추구했으면 좋겠다.”

이런 인사말을 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의식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들 두 분의 연설에서 보여준 핵심 언어는 안중근 의사를 의사로 평가했다는 사실과 역사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기억, 그리고 과거사에 대한 일본 측의 반성과 인류 평화의 추구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안의사의 기념관 건립소식을 듣고 일본 관방장관이라는 사람이 고작 한다는 소리가 안의사는 “테러리스트일 뿐이다”라고 볼멘소리를 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중국 인민이나 우리는 대(對)일본 역사 인식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큰 위로를 받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伊藤博文)을 사살하고 나서 밝힌 ‘이토의 죄상 15개조’를 보면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안 의사는 이토를 이렇게 지목했다. 1895년 명성황후 시해를 지휘한 죄, 1905년 한일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한 죄, 1907년 정미 7조약을 강제 체결한 죄, 같은 해 고종을 강제 퇴위시킨 죄, 동년8월 순종의 이름으로 한국군을 강제 해산시킨 죄, 그리고 한국통감으로 부임하고 나서 한국민을 괴롭히면서 저지른 온갖 범죄사실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고발했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교수형을 당할 때가지 집필에 여념이 없었던 그의 ‘동양평화론’은 중국인의 마음까지를 뒤흔들어 놓았다. 십수억의 중국국민을 핍박한 일본의 죄상을 낱낱이 고발하면서 여순을 동양평화의 중심지로 하여 현재의 EU와 같은 동맹체제를 구상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토에 대한 중국인들의 마음이 어찌 우리와 다를 수 있을까? 중국의 국부(國父) 손문(孫文)이 안의사의 순국을 못내 아쉬워 하며 송축시 한편을 써 남겼다. “공(功)은 삼한을 덮고 이름은 만국에 떨쳤나니/ 백년을 살 사람 누가 있을까 죽어서 천추에 드높으리/ 약한 나라 죄인이요 강한 나라 재상이라/ 그래도 처지를 바꿔 놓으니 이토도 죄인이로세.” 중국 사람들의 이 마음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과 함께 영원하기를 기원해 마지 않는다.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