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 이향-
끼고 있던 반지를 벗었다
희미한 자국이
조금 슬픈 듯 자유로워 보였다 처음,
반지를 끼던 날이 생각났다
당신 때문이라고 밀어붙이지만
내 스스로 테두리를 만들었다는 걸
빠져나와 보면 너도 알겠지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다는 걸,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저 강기슭 너머까지 우리를 옭아매던 그때도
꼭 나쁘지만은 않았지
반지는 반지대로 손가락은 손가락인 채로
가끔은 공유했던 외로움을 서로에게 끼우며
반지는
테두리를 더 고집하게 될지도 모른다
▲작품설명: 옭아 메면서 옭매인 공통분모 속의 정주, 그 울타리에 가둔 것인지 가두어진 것인지 그 난해한 언약의 매듭 속에 길들여지고 길들였던 시간들 그 굴레의 흔적이 하얗게 서있다. 비켜서서 본 일상, 이질이면서 동질의 조화속 너와 나 그리고 그 관념의 테두리.(주강홍 진주문협회장)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