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종 다른 단감나무 가지치기 요령도 달라
품종 다른 단감나무 가지치기 요령도 달라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단감나무 가지치기
설을 쉬었고 입춘도 지났다. 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 이날부터 봄이 시작 된다고 여겼다. 입춘을 앞 둔 설 연휴에는 기온이 섭씨 20도를 웃돌며 때 이른 봄기운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는 속담처럼 하루 이틀 사이에 기온 급하게 떨어지며 겨울날씨로 되돌려 놓았다. 입춘 날 바람이 없고 날씨가 맑아야 풍년이 든다고 했는데 차가운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 농심을 어둡게 했다.

최근에는 기상이변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입지 않은 해가 드물었다. 지난해에도 개화기에 급습한 한파로 큰 피해를 입었다. 올해도 걱정되는 것이 큰 겨울 한파도 없었고 최근에 이어진 포근한 날씨로 벌써 매화는 꽃눈이 부풀대로 부풀었다. 납매로부터 시작한 화신이 남쪽 바닷가에서는 매화꽃이 피었다는 소식이다. 날씨가 영상의 기온을 회복하더라도 오늘 내일 사이에 매화꽃이 만발하진 않겠지만 예년에 비하여 꽃눈 움직임이 빠른 것 같아 꽃샘추위의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지난 가을 김장 때 포기가 차지 않아 남겨 두었던 김장배추를 뜯어와 겨우내 쌈으로 즐겨 먹었다. 언 배추가 녹는 오후에 칼이나 낫으로 포기 째 베어 추위에 얼어 죽은 잎을 제거하고 쌈으로 먹으면 맛이 그만이었다. 최근 포근한 날씨 탓에 가운데 푸른 잎이 돋기 시작하면서 생기를 되찾고 있다. 그대로 두면 꽃대를 내밀고 유채처럼 노란 꽃이 필 것이다.

최근 배추를 뽑으러 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난 설 앞에는 볼 수 없었던 진딧물이 잎사귀 사이에 새까맣게 붙어 있는 것이었다. 물로 씻으면 싶게 제거할 수 있어 먹는 데는 방해가 되지 않았지만 겨울에 진딧물이 극성을 부리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올 농사에 나쁜 영향은 없을 것인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포근한 설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바빠졌다. 지난 가을과 겨울 두 번에 걸쳐 나무를 심기 위하여 굴삭기를 동원하여 조성한 땅에 구덩이를 파고 거름 넣는 일이 급했다. 예정대로라면 이달 중순에는 매실묘목을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굴삭기를 가지고 있는 이에게 연락을 하니 추위가 닥치기 전 땅이 녹았을 때 마치자고 한다. 자기 일을 제켜두고 그것도 설 연휴에 도와주겠다고 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만사 제켜두고 거름을 가득 실은 경운기를 몰고 산으로 갔다. 퇴비를 쌓아 둔 곳이 과수원과 거리가 멀리 떨어져 궤도가 달린 운반구로는 느리고 떨림이 심해 경운기로 일차 운반을 해 오면 옮겨 실으며 작업을 해야 했다.

설 연휴 포근한 날씨에 응달지고 그늘진 땅도 모두 녹아 있었다. 그동안 몇 번에 걸쳐 얼고 녹기를 반복한 탓에 겉흙은 삽으로 싶게 팔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한 뼘만 깊이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져 곳곳이 굴삭기가 아니면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했다. 굴삭기로 두어 번 땅을 파내 구덩이를 만들면 거름을 10kg 정도 붓고 다시 흙과 섞어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덮어 두는 것이다.

굴삭기로 땅을 깊게 파주면 나무의 뿌리내림이 좋아져 생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퇴비도 미리 넣어 숙성이 되도록 해야 새로 심은 나무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 퇴비도 적당이 넣어야지 과하면 나무가 말라죽는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한다. 주변에서 도와준 덕분에 한나절 작업으로 밀린 숙제인 나무 심을 구덩이를 파고 퇴비 넣는 것을 마쳤다.

과수원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치기로 겨울 한철을 보낸다. 매실부터 시작한 가지치기는 입춘이 지난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과수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작업 능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일 할 사람이 없어 남들에게 위탁 관리해 왔던 탓에 서투른 솜씨로 앞서 관리해오던 것과 맞추어 가면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입춘을 지난 다음날부터 가지치기를 시작한 밭은 같은 단감이지만 품종이 서촌조생으로 달라 가지치기 방법을 다시 배워야 했다. 다행이 주변에는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사람이 많아 어려움은 없었다. 가지치기를 하다가 의문이 나면 전화로 묻거나 직접 찾아가면 싶게 배울 수 있었다. 과수원을 가로질러 찻길이 나 있는 곳이라 지나가며 가르쳐 주는 사람이 많아 좋기도 하고 때로는 힘도 든다. 내년이면 일이 서툴고 지식이 모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단감가지치기
초보농사꾼이 단감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