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준
선택의 기준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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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지방선거에 대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광역단체장은 이미 예비후보등록이 끝나 사실상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 양상이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도 지난 설 연휴를 기점으로 출마예상자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출판기념회가 러시를 이루고 사람들이 모이는 각종 행사에는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이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지역마다 적게는 4~5명에서 많게는 열명이 넘는 후보들이 우선은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남몰래 서울을 오르내리며 줄대기에 분주하다. 종친들을 찾아 협조를 당부하고 평소에는 찾지 않던 동창회에도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등산로 입구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차량통행이 잦은 번화가, 시장통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인사를 하는 모습도 요즘 들어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21세기의 총아인 SNS에도 평소에는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의 문안인사가 귀찮을 정도이다. 결혼식장, 상가에도 선거법을 핑계로 빈손 조문, 축하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펼쳐졌다. 야당과 새정치신당은 지방선거에 공천을 배제하자고 주장하지만 여당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을 작정이다. 극적인 합의가 없는 한 이번 지방선거도 종래의 방식대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다만 민주당과 연대를 했던 통합진보당 대신 새정치 신당(가칭)이 나서 삼각구도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양상은 지난 지방선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여당은 지방선거는 그야말로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라며 정쟁적 요소를 배제하려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다만 지난 선거와 달라졌다면 현재로선 야당의 연대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방선거의 본질을 생각해 봐야 한다. 정치권의 정치적 사안의 이슈화, 진영논리, 세몰이, 정권심판론 등 정치논리에 휩싸이면 이전 선거의 문제점에 대한 탈피는 기대할 수 없다. 동쪽은 새누리당, 서쪽은 민주당으로 양분되고 인물이야 어떻든 그 당 후보니까 찍는다는 폐해에서 조금도 나아갈 수 없다. ‘공천=당선’이라는 망국적 진영논리를 다시 한 번 경험할 수밖에 없다. 여야가 선택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지방자치도 이제는 정착할 단계에 이르렀다. 우선은 인물선택의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광역, 기초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에 적합한 인물이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전제는 각 정당마다 공천에서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공천신청자는 공천에서 제외될 경우 선거에 나설 수 없도록 제약하는 것이다. 정당의 선택과 공천이 반드시 최선이 아니고 유권자의 뜻이 아닐진대 제약해선 안된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출마해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없는 미래의 지도자가 될 유망한 젊은 사람들이 나서 꿈을 키우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는 선택이다. 물론 선택의 책임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선택의 기준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 있어 당연한 기준은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 인물이 갖고 있는 경륜과 청렴성, 가치관, 지역발전을 위한 계획과 혜안, 향토를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 등이 선택의 기준이다. 평소에는 찾지 않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고향이라며 나타나 지역발전을 위해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겠다고 한다면 일단 그 진정성을 의심해야 한다. 화려한 과거의 경력을 내세우며 인물론을 앞세우고 나타난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중앙의 인맥을 자랑하며 적임자임을 자임하는 사람도 같은 부류이다. 오랜 공직생활을 무기로 솔깃한 개발공약으로 유권자들의 눈을 흐리게 하는 후보도 경계의 대상이다. 다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공약으로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며 혼신을 다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유권자들이 갖춰야 할 지혜이다.

시장·군수를 발판으로 도지사, 국회의원을 꿈꾸는 사람, 기초의원을 시작으로 시장·군수, 광역의회 진출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정치성향이 짙은 인물도 경계의 대상이다. 코앞에 다가온 지방선거는 향후 4년간 우리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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