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강사, 예담 대표)
수많은 갤러리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이 있으며 옛것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보수하고 다듬어 더욱 멋진 거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그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 새것만 지향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몇 년 전 교토에서 개인전을 하면서 일주일을 중심가에서 머물면서 맨해튼의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였다. 옛것을 잘 지켜내고 있는 교토 시민의 저력을 느끼며 내 삶의 시간들도 챙겨볼 수 있었다.
나의 소중한 어린 날의 수첩, 일기장, 도시락통.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그네와 벽에 그린 그림들. 이것들이 다 사라지고 이제는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고 있으니 아쉬울 뿐이다. 내 어린 시절의 행복감을 기억할 수 있는 추억들을 떠올리며 우리의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어떻게 간직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도 생각해 보았다. 다시 쌀쌀한 겨울 날씨가 우리에게 그래도 용기를 내라고 손을 내미는 이즈음 머리를 식힐 겸 촉석루를 찾았다. 진주성 근처는 대사지라는 연못이 있었고 오래 전 어느 문헌에서 역사적인 큰 못이 사라진 사실을 알았을 때의 슬픔을 잊을 수가 없다. 만약 ‘대사지’라는 연못이 현존한다면 진주는 세계적인 명소가 더 빨리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수많은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 진주!
초등학교 때 처음 진주시에 왔을 때보다 더 발전되고 정갈한 도시가 되어 있다. 이곳을 방문한 분들이 부러움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타 도시에 없는 자랑거리가 많다고 본다. 이곳에 사는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더욱 살기 좋은 도시가 되고 있음을 느끼며 여전히 사라진 ‘대사지’에 대한 그리움을 지울 수가 없다. 이 겨울에 생각해 보는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여!
김은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강사·예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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