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고장난 시계를 어찌 하리오
청년들이여! 고장난 시계를 어찌 하리오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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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호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학장)
혹시 고장난 시계를 보신 적이 있나요? 사실 우리는 고장난 시계를 항상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어느 시계든 공정하지도 않습니다. 왜냐면 언제나 고장나 있기 때문입니다. 군대의 시계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부품으로만 만들어서일까 느리게 돌아가고, 연인과 함께 있을 때는 몇 분 같이 있었는데도 몇 시간 지났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국가대표 축구팀 경기를 보았을 때도 느꼈던 것처럼, 내가 어디 있느냐, 누구와 함께 있느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베스트셀러였던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책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의 강의는 서울대 최고의 인기였으며, 학생들은 그를 최고의 멘토로 선정하였습니다. 미래에 대한 막막하고 불안한 우리의 청년들에게 “힘내라! 조급해 하지 말라!”는 등 기성세대들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을 자신만의 경험과 방법으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쓴 책이죠.

이 책에는 ‘인생시계’라는 말이 나오는데, 사람의 평균수명을 80살로 보고 80살을 24시간으로 바꾼 것입니다. 40세면 정오 12시, 20세면 오전 6시, 60세면 오후 3시, 1시간이 3.33년인 셈이죠. 청년 나이를 25살로 본다면 7시 30분, 30세라면 9시가 되는 것으로, 학교 가랴, 직장인이면 출근해서 하루일과를 시작하랴 분주한 시간으로, 아직 하루의 일과 중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인 준비하는 시간인 것이죠.

맹자는 ‘진예자 기퇴속(進銳者 其退速)’이라 하였습니다. 즉 ‘나아가는 것이 빠른 자는 그 물러남도 빠르다’고 빨리 가는 것을 경계하라고 말씀하셨죠. 옛날 어르신들은 남자의 불행 세 가지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첫째는 소년등과(少年登科)하는 것이요, 둘째는 부모 덕분에 벼슬에 오르는 것, 셋째는 재주가 좋은데 글까지 잘 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중에도 소년등과를 첫 번째로 꼽았는데, 이는 일찍 출세한 사람치고 좋게 죽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유인 즉은 어린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면 나태하게 되어 더 이상 발전이 없고, 또 한편으로 교만해져서 적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죠.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알기 전에 자만부터 배우게 되니 만용을 부리다 실패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청년들이여! 만약 평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지레 겁을 먹고 ‘빨리빨리’를 외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면, ‘빨리 취업하자’, ‘빨리 돈을 벌자’ 등 ‘빨리’라는 단어가 따라다니며 붙어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오죽하면 ‘소년등과 패가망신(少年登科 敗家亡身)’이라는 으스스한 옛말이 생겼겠습니까.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멀리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도 의미 깊게 다가옵니다. 빨리 가려는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가면 귀찮고 번거러울 것입니다. 자신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혼자 가려 할 것입니다. 반면, 멀리 가려는 사람은 따분함을 잊기 위해서라도 누군가와 함께 간다면 훨씬 재미있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일들도 함께한다면 기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동행을 만들어야 합니다.

청년기의 어려움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다가 오더라도 자만하지 말고 꾸준히 자기 길을 개척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년의 성공은 오히려 중년의 어려움을 예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졸업식, 입학식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청년들이여! 여러분의 고장난 시계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여러분의 인생시계가 빠르든지 늦든지 행복이라는 시침과 감사라는 분침이 어울려 아름다운 똑딱소리를 내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황진호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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