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도 경영부실 책임 묻는다?
지자체도 경영부실 책임 묻는다?
  • 정희성
  • 승인 2014.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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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파산제 도입 검토 찬반 논란
정부가 재정이 극도로 부실한 지방자치단체에 적용하는 파산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찬반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자체 파산제 도입에 대해 정부는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운영에 대해 지금보다 책임성 있는 장치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자자체와 시민단체 등지에서는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해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든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는 지자체 파산제 도입 검토에 대한 그 적용 범위와 내용, 실태 등을 점검해 본다./편집자 주


지자체 파산제도의 도입 논란은 지난 1월 14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촉발됐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지방재정의 건전화를 강력히 추진하는 동시에 책임성을 높이는 지방파산제도를 심도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지자체 파산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나서자, 안행부는 구체적 계획 마련에 들어갔다.

◇적용 범위 및 내용

안전행정부는 “지자체 파산제도 도입 방안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면서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운영에 대해 지금보다 책임성 있는 장치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산 시점은 지자체가 지급불능상태에 빠져 만기가 된 부채를 30일 이상 갚지 못할 때 등이 검토되고 있다.

지자체 파산제도는 재정을 회복시켜 통상적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필수적 공적주체기 때문에 파산하더라도 청산되지 않는다.

통상 경제주체가 만기가 된 부채를 못 갚아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으면 청산될 가능성이 큰 것과는 대조적이다.

파산을 중앙 정부가 선고할지, 지자체가 스스로 신청할지도 검토 대상이다.

지자체의 파산위기 지표로는 현행 법령에 따른 재정위기 지자체 지정 기준인 통합재정수지적자비율, 예산대비 채무비율, 채무상환비 비율, 지방세 징수액 현황, 공기업 부채비율 등이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

지자체에 파산이 선고되면 중앙정부나 지자체에 파견된 파산관재인이 지방세 인상이나,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감축을 요구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자체예산편성 권한 등을 박탈할 수 있다.

◇도입 검토 배경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도 도입을 검토하게 된 배경에는 지방재정의 부실에 있다. 지방재정은 이미 부채가 100조원에 이를 정도로 악화된 상태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방부채는 2012년 통합회계 기준 직영기업을 포함한 지자체 부채 47조7395억원과 공사·공단 등 지방공기업 부채 52조4345억원을 합해 100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예산 기준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재정수지는 9조31억원 적자로 지출 대비 적자 규모가 국가의 4.2배에 달한다. 통합재정수지는 한 회계연도의 재정수입에서 재정지출을 차감한 재정운영 수지를 말한다.

경기도 2조4535억원, 서울 1조3017억원, 경북 9941억원 등을 필두로 17개 시·도의 통합재정수지는 모두 적자이며, 전국 244개 시·군구 중 238개도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기준 예산대비 채무비율도 심각 상태다.

지방재정이 이같이 악화한 이유로는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운영과 정부의 복지부담 전가, 중앙의존도가 높은 지방재정의 구조적 부실 등이 꼽힌다.

지자체의 과시성 행사나 호화 청사 건립, 수익성을 고려치 않은 타탕성 없는 공공사업 등은 재정악화의 원인이다.

중앙정부가 복지사업비 부담을 지방정부에 넘기는 것도 지방재정을 부실하게 만들고 있다.

고령화와 국가의 복지사업 확대로 지방재정부담을 동반하는 국고보조사업 규모는 급증하고 있지만, 국고보조율은 하락해 지방의 재정 부담은 커지고 있다.

영유아 보육사업은 주요 대선공약임에도 지방의 부담률이 51%로 국가(49%)보다 높아 최근까지도 정치적 이슈가 됐다. 최근 5년간 영유아 보육료의 지방부담은 4.5배 급증했다.

지방재정이 원천적으로 중앙정부에 종속된 상태라 지방재정 부실은 중앙정부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는 작년 51.1%로 1991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최악으로 떨어졌다.

작년 중앙정부가 지방재정 안정을 위해 지방·교육 자치단체에 준 지방교부세 등 지방이전재원 규모가 113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방이전재원이 정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1%로 역대 최대였다.

◇논란

지자체 파산제도가 지방재정을 건전하게 만들 처방이라고 보는 주장과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족쇄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안전행정부는 “지자체 파산제 도입을 위해 관련 부서에서 해외 사례 등에 대한 연구·검토에 들어갔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지자체 파산제는 청산이 아닌, 회생(回生)의 개념에 가깝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자체가 제공하는 대민(對民) 서비스는 가급적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규 사업 규제, 인력 구조 조정 등을 통해 재정에 문제가 생긴 지자체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안행부는 “기업 구조 조정 시 법정 관리인에 해당되는 파산관리관(가칭)이 중앙에서 파견돼 예산집행을 사전에 협의하고 추가로 빚을 내는 것을 제한하는 등 자구(自救) 노력을 해나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행부는 2006년 파산을 신청한 일본 유바리시(市) 사례 등을 참조해 구체적인 회생 절차를 만들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파산’이란 용어가 회생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이번 제도의 취지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자체 파산제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지자체 파산제의 취지가 견제 장치가 전무하다시피 한 선출직 자치단체장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지, 해당 지자체의 행정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지자체와 시민단체는 자자체 파산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지자체 파산제도가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해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에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충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자체 파산제를 도입하려면 재정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국가와 지방간 재정배분이 불균형하고, 복지비용을 지방에 전가해 지자체 재정이 절대적으로 빈곤한 상황에서 지자체 파산제가 도입된다면 지방자치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세출 부담이나 재정운영 결과에 대한 판단까지 중앙이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어 “무엇보다 중앙정부가 개입해 시장의 방식대로 지자체의 권한과 기능을 제한하는 파산제 도입은 결코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지방재정확충과 지방의 재정책임성을 보장하고, 지방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재정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공무원 정원 감축, 임금 삭감, 공공요금 인상 등 권한이 중앙정부에 있기 때문에 파산이 선고된다고 해도 지자체 스스로 재정을 정상화할 수단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지자체 파산제를 도입하기보다 기존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용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지자체 파산제도가 국민적 관심을 끌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경남도청 광장에 걸려 있는 시.군기. /황선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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