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톤치드로 치유 한다
학교폭력 피톤치드로 치유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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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농학박사)
80년대 후반 혹은 90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보호관찰 청소년 대상 사회봉사활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리 지역의 보호관찰 청소년들을 저희 사무실에서 숲과 함께하는 근로봉사 활동을 실시한 적이 있다. 그때 대상 청소년들의 대부분이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신분이었기에 근로봉사 활동 중간중간에 책임자로서 잠깐씩 짬을 내어 이야기를 나눠 본 바 비행 청소년이 아닌 아주 순박한 막내동생 혹은 조카뻘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더욱이 며칠이 지나자 서로 장난도 치면서 마음속에 있는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 내 스스로가 사회의 통념인 편견과 선입견으로 이 친구들을 판단한 것에 대해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또한 이 친구들이 길거리에서 실시하는 사회봉사 활동은 또래의 친구들을 비롯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지나가는 상대방의 눈을 의식해 쑥스러워 얼굴을 숨겼던 것에 반해 우리 사무실에서는 웃으면서 근로봉사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이곳은 외부와의 접촉이 없는 장소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스스로 땀을 흘리면서 보람된 숲가꾸기 작업을 한다는 자긍심까지 생긴다는 말에 찡하는 감동을 느낀 적이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에게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했을까’라는 의문으로 출발해 무엇보다도 숲의 정서적 효과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푸른 숲을 보면 마음속부터 시원해지고 머리속까지도 맑아지는 기분을 느껴 보았을 것이다. 과연 숲의 이러한 효과는 무엇 때문일까. 일반적으로 숲은 인간의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잡아주고,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을 주며,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해 인성발달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고혈압 치료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특히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숲속에는 천연살균제인 피톤치드에 의해 치유효과까지도 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숲의 무엇이 이러한 정서적인 효과를 비롯해 치유효과까지 가져오는 것일까. 얼마 전 영국의 한 대학에서 숲의 흙속 미생물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더 많이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따라서 숲속의 흙을 밟고 만지는 것만으로도 세로토닌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목받는 두 번째 요인은 바로 숲의 빛. 빛은 반드시 필요한 자연요소지만 도시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피부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자외선 때문에 안심하고 빛을 쬘 수 없다.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숲속의 간접광이다.

최근 일본은 숲을 적극적인 치료수단으로 이용, 숲을 오감으로 느낄 때 생기는 긍정적인 변화를 비롯해 흙속의 미생물의 발견부터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뇌 활성도에 차이가 난다는 흥미로운 실험결과 및 국내 모 대학병원에서 숲의 소리가 뱃속 태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 등 숲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숲의 정서적 및 치료적 효과를 위해 마침 갑오년 새해부터 산림청 관계기관에서는 국민 누구나 숲교육의 필요성과 효과 등을 알기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산림교육 소개 자료집 ‘숲, 사람을 키우다’를 발간함과 동시에 학교폭력 근절 및 재발방지와 아울러 청소년들의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관계 기관과 함께 캠프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캠프는 학교폭력 피·가해 학생과 가족(보호자)을 대상으로 운영하며 숲속 산책과 가족상담, 숲체험 등 학생과 가족의 정서순화와 심리치유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기존에 휴양림에서 실시하고 있는 청소년 숲체험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해 청소년들의 심리적·정서적 불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단체와의 협력프로그램 운영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따라서 필자는 보호관찰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숲가꾸기 근로봉사 활동경험을 통해 느낀 바대로라면 학교폭력은 피톤치드로 충분히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적극 권장하고 싶다.
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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