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욱 (정신과의사·경상의대 명예교수·마산동서병원 부원장)
그러나 한편 이 단순 명료하면서도 다소 도발적인 진술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효과는 막연하게만 여겼던 통일을 일거에 현실의 문제로 부각시킨 점일 것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어느 정도 불식시키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소통의 기본은 서로 통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니까. 또 이 말은 설날 밥상머리에서 주요 화제의 하나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도 일조하였을 것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를 충청도로 옮기겠다는 공약으로 ‘재미 좀 본’것처럼.
재미있는 것은 대박의 영어 표기이다. 세계 언론들은 대부분 대박을 ‘잭팟(jackpot)을 터뜨리는 것’으로 영역하였다. 잭팟은 도박이나 복권에서 당첨자가 없어 쌓인 거액의 돈을 말하는 것으로 이를 터뜨리면 떼돈을 벌 수 있는 것, 즉 대박을 실력이나 준비 또는 노력 없이 예기치 않게 큰돈을 버는 것이라는 뉘앙스의 단어로 표기한 것이다. 그런데 다보스포럼에서는 대박이 브레익스루(breakthrough)로 통역되었다. 이 단어는 본래 ‘돌파’나 ‘획기적인 약진’을 뜻하는 것으로 예기치 않은 뜻밖의 횡재와는 거리가 멀다. 나름대로 박 대통령과 우리나라의 품격을 고려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한 실업가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세운 거대한 광고판에는 대박이 보난자(bonanza)로 표기되어 있다. 잭팟이라고 하지 않은 것은 통일이 도박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보난자도 금광맥(金鑛脈)이나 노다지를 뜻하는 단어여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어쨌든 통일은 과연 대박일까. 소위 흡수통일이나 무력통일이라면 어떻게 되는가. 아무런 예고나 준비 없이 어느 날 불쑥 통일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대박이 아니라 피박을 쓰고 쪽박을 차게 되는 것은 아닐까. 결국 통일이 진정한 대박이 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치된 의견과 철저한 준비, 그리고 피땀 어린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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