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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졸업앨범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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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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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졸업식이 한창인 요즘 각 대학교에는 학사모를 쓰고 꽃다발을 든 졸업생들이 부모, 형제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환한 모습으로 졸업사진을 찍고 웃는 모습들이 가득하다. 대학교에서의 졸업식은 4년 동안의 대학생활을 마감하고 이제 사회로 진출하는 사회초년생들에 대한 축하와 격려의 장이다.

대학교에서의 졸업식준비는 대개 4학년 봄부터 시작되는 졸업앨범 사진촬영이 그 시작이다. 졸업앨범에는 각 학과마다 전체사진, 학과교수님들의 사진, 그리고 학번순으로 조를 짠 조별단체사진과 개인사진들이 실려있다. 예전의 졸업앨범은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의 사진이 거의 다 실려 있기 때문에 꽤나 두껍고 무거웠다. 그런데 최근의 졸업앨범은 상당히 얇고 가벼워진 느낌이다. 그야말로 절반의 졸업앨범이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학생들 중에는 대학졸업 후의 불확실한 미래와 취업 때문에 휴학을 생각하거나 졸업을 늦추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박성호 국회의원이 공개한 ‘대학별 졸업생 등록학기 수 현황’에 따르면 2013년 서울대 졸업자 가운데 10학기 이상 등록한 학생의 비율은 34.1%에 달하고, 9학기 이상 등록자 현황은 59.7%에 달했다. 특히 인문사회계열의 경우는 더 심각해서 인문대(77.9%)·경영대(77.4%)·법대(79%) 졸업생 중 거의 80%에 가까운 학생들이 9학기를 등록한 뒤 졸업했다.

과거에는 4년 만에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는 학생이 졸업학점을 이수하지 못했거나 개인적인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의 ‘5학년 현상’은 학생들이 스스로 졸업을 연기하는 ‘자발적 5학년 현상’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자발적 5학년생들이 급증하는 이유는 취업 시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인식과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이다. 특히 대기업에서 신입사원 채용 시 학벌이나 스펙 대신 잠재력과 끼를 중시하는 열린 채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평가기준인 스펙을 무시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취업 5종 세트’라 불리우던 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에 더하여 봉사활동·인턴경험·공모전 수상경력 등을 포함한 신종 ‘취업 8종 세트’라는 말도 생겨날 정도로 스펙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오늘날 정부와 대학교는 취업률이라는 무서운 잣대를 들이대고 학생들에게 빨리 빨리 취업하기를 종용하고 있다. 각 대학의 취업률은 매년 6월 1일과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조사되는데, 이는 졸업 후 최대 10개월 내에 취업한 경우에만 취업률에 포함이 된다.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도 역시 자녀들이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하기를 바라는 것은 똑같지만,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업무경력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를 희망한다. 인생 100세 시대에 대학을 졸업하는 20대의 청년들에게 미래 삶의 방향과 질을 선택함에 있어서 충분히 생각하고 여유있게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대학의 취업률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대학 졸업 후 2년 또는 3년 이내의 취업을 포함시키는 것이 공정한 평가가 될 것이다.

대학교의 졸업식에는 과거보다 졸업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다. 졸업식이 진행되는 시간에도 많은 ‘졸업예정자’들과 취업을 하지 못한 졸업생들은 졸업식에 참여하지 못하고 도서관이나 학교 밖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졸업식은 말 그대로 4년 혹은 그 이상일지라도 정규과정을 마친 것에 대한 축하의 자리이다. 이들도 당당히 졸업앨범사진을 촬영하고 자신있게 졸업식에 참여하여 축하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좀 더 여유로운 모습으로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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