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사무라이의 망령, 음흉한 닌자
사라지지 않는 사무라이의 망령, 음흉한 닌자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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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한국국제대학교 교수)
일본의 교양인으로 존경받는 ‘니토베’는 그가 쓴 저서인 ‘사무라이’를 통해 일본정신의 뿌리와 그 정체성을 다루고 있다. 1899년 미국에서 출판된 이 책은 일본 봉건시대 무사들의 정신세계라 할 수 있는 ‘무사도’의 덕목체계를 다양한 사례와 인용문을 빌어 상당한 부분 미화하고 있다. 이 사무라이의 저자인 ‘니토베’가 일본의 오천엔 권 지폐에 얼굴이 올라 있을 정도로 근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평가되고 있어 일본 정신의 저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에 의하면 사무라이 정신은 일본사람이면 누구나 동경하고 있는 아름다운 이상의 정신세계이다. 무사도는 일본 정신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삶의 본연의 자세와 생각을 지배한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어린아이에게 수치를 알게 하기 위해 “부끄럽지도 않느냐”, “웃음거리가 되게 해주지”라는 식으로 훈계한다. 이러한 훈계는 고결함이 더럽혀지는 것을 가장 수치스러운 일로 여기도록 어린아이 마음속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자극시킨 것이다. 이렇듯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일본인들의 정신세계 도처에 사무라이 정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라지지 않는 사무라이 망령

사무라이 정신을 행동으로 옮기는 상징적인 행위로 ‘하라키리’ 즉 할복을 들 수 있다. 일본의 중세 무사들은 할복을 치욕으로부터 숨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라고 여긴다. 일본 사람들은 오늘날도 무사는 일본의 벚꽃처럼 아름답게 스러지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일본의 혼으로 미화한다. ‘니토베’는 사무라이 정신이 2차 세계대전에서 한반도와 만주에서 승리의 길로 이끌어 준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조상의 영혼이 부활한 것이라 했다. 그는 무용에 넘치는 선조의 영혼은 죽음에 굴복하지 않았으며,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영원한 유산이라고 칭송했다.

앞으로도 사무라이의 망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계속될 것이다. 이미 태평양전쟁의 대표적 전범인 도조 히데키는 ‘나는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만족하면서 형장으로 간다’고 했다. 그는 전범재판에서 그들의 천왕이 우리의 건의에 거부할 입장에 있지 않으므로 전쟁에 책임이 없다고 주군에 충성하는 무사도를 과시하며 자신의 목을 대신 바쳤다. 그의 무사도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왕이 전범이 아니므로 일본사람 누구나 침략의 전범이라는 죄를 물어서는 안된다는 정신 이상적인 인식구조를 만들어 냈다. 최근에 아베는 한술 더 떠서 침략의 정의는 학자에게나 맡기자면서 일본침략의 치욕의 상처인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은 평화주의자라고 우긴다. 진주 말로 ‘섭천소’가 웃을 일이 아닌가. 아베를 비롯한 일본인들의 생각은 그동안 당하기만 해온 우리의 민족감정은 무시한 채 자기입장만 내세우는 못된 짓거리일 뿐이다. 못된 짓거리는 최근에 아베가 그런 전범들을 신으로 모아 놓은 야스쿠니 신사를 일부러 참배하면서 도가 넘친다.

아베를 비롯한 군국주의자들과 같은 정신병자들의 손에 칼을 쥐어 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신 나간 사무라이의 칼은 야누스적이다. 우선 그들의 칼날은 사무라이의 망령에 기대어 군국주의의 영예를 다시 되돌려 놓는데 사용할 것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사무라이의 칼 뒤에는 오랜 일본 정신 속에서 풍신수길이 그랬고, 이등박문이 그랬듯이 침략근성이 숨어 있다. 그들의 음모는 10여 년간 일본의 장기적인 침체로 약화된 힘을 외부침략으로 만회하고자 하는 술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냉정한 경계가 필요하다.



음흉한 닌자의 칼날을 경계한다

보다 경계해야 할 칼은 감춰진 칼날, 음흉한 ‘닌자’의 칼날이다. ‘닌자’는 싸움의 뒤쪽에서 혼란을 통해 암살과 모략의 간계에 칼을 사용하는 자객이다. 그들은 상대방이 꼼짝할 수 없이 당할 수 없는 기습과 변칙싸움 기술에 능하다. 앞으로도 사무라이 정신을 내세워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다가 힘센 나라에는 기대어 눈치 봐가며 꼬리를 흔들다가 내리기도 하면서 뒤로는 음흉한 칼날을 드밀 것이다. 죄의식이나 반성이 없는 ‘사무라이’ 망령의 부활을 경계하며, 뒤에 감춰진 ‘닌자’의 음흉한 칼날을 특히 경계한다.

고원규 (객원논설위원·한국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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