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출판기념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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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책거리’라는 풍습이 있었다. 서당에서 학동들이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음식을 해서 스승을 대접하고 동문들과 나누는 풍습이다. ‘책례’라고도 한다. 학동들의 어린 시절 교과서는 천자문을 비롯하여 동몽선습, 소학이 필수과목이었다.

▶서당의 훈장은 책거리를 미리 학동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알린다. 학부모들은 서로 사발통문으로 장만할 음식을 정하고 책거리 하는 날 날라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간혹 학부모들이 서당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할라치면 스승은 이날만은 학동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책거리에는 송편이 빠지지 않았는데 이는 머리가 맑아져라는 뜻이라고 한다.

▶책거리를 하는 풍습은 어느덧 사라졌다. 어머니들의 치맛바람이 거세게 일면서 심지어는 학부모들의 학교출입도 꺼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스승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는 오히려 부조리로 치부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없지 않다. 초·중학교는 부모들의 정성 어린 도시락 대신 학교급식이 대신하고 있으니 세상 많이 달라졌다.

▶책거리와 버금가게 경사스러운 일이 책을 펴내는 일이다. 예전에는 문방도구를 정돈하고 집필하느라 피곤해진 심신을 달래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요즘의 출판기념회는 요란하다. 동인이나 주변사람의 축하 대신 책을 펴내는 사람이 사람들을 불러 모아 자축하는 것이 다반사다. 오히려 축하금을 끌어모아 선거자금으로 활용하고 있으니 변해도 많이 변했다, 책의 내용도 읽어서 유익하기보다는 책을 펴낸 사람의 자기자랑 일색이니 기념회의 본질과는 크게 변질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출판기념회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책 한 권쯤 못 쓰면 불출에 속하는 시대인 것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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