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86)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86)
  • 경남일보
  • 승인 201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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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경남문단의 중진 세 분 지다(9)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86)
<47>경남문단의 중진 세 분 지다(9) 
 
김열규 교수는 ‘상경’(上京)이란 말을 싫어했다. 서울이라는 곳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쓸 데 없는 중앙주의라는 것이기 때문일 터이다. 문화가 서울이라 하여 빼어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중심을 전제로 하는 서울은 사람살이의 보편성을 허물어뜨리는 것으로 보았던 데서 오는 약간의 혐오감이었을 듯하다. 그리고 권력을 아주 생리적으로 싫어했다. 무슨 말이 나오면 ‘그 따위’로 요약되었다.

귀향할 때 그는 김해 인제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맡기로 했기 때문에 고성 하일면 송천리에서 김해까지의 출근거리를 가늠해 보았을 것이다. 하일면-고성읍-마산-김해코스를 탔을 것이 아닌가 한다. 1시간 30분이면 출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제대학교에 인연을 가지게 된 것은 서강대학교에 아직 재직하고 있을 때 인제대학교 백낙환 총장(현 이사장)이 김교수의 명망을 익히 알고 있던 터에 시간 특강을 요청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던 중 김교수의 고성 귀향 의도를 알아낸 인제대측은 김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인제대로의 전입을 요청해 이루어진 것이다.

김교수가 인제대학에서 가르친 과목은 고전시가 쪽이었지만 과목은 그때 그때 한국학 영역에 두루 경계넘기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학원에서는 민속학 관련 과목들을 맡아서 전공영역에 탄력성을 두었다고 전해진다. 평생교육원 강의도 맡았는데 문학창작론 아래 수필을 주로 강의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시론과 소설론까지도 강의했다. 인제대 엄국현 교수(시인, 인문의학연구소장)는 “김교수님은 후배 교수들에게 자상하셨고, 이야기를 경청해 주셨어요.제가 대학원 강좌를 개설할 때 ‘한국문화유형론’을 제시했는데 고개 끄덕이며 쉽게 맡아 주셨어요. 대학에서는 김교수께서 새로운 저서를 낼 때마다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학과 교수들은 필독서로 삼았었지요.”라고 10년여 동안의 인제대 시절을 회상했다.

김교수는 인제대학에 강의를 맡는 한편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민속무용과 강의를 맡아 명실공히 지역대학을 위해 가진 바 지식을 쏟아 주었다. 민속무용과 김미숙 교수가 서울에서 대학원 과정 중에 있을 때 김열규 교수의 강의를 듣고 언젠가 그 인연을 이어가고자 생각 중에 담고 있었는데 김교수가 귀향하게 되자 말미를 얻어 고성으로 가서 인사하고 “민속무용과에 감히 출강해 주십사 청을 드립니다.”하고 부탁했다. 돌아가기 전까지 13년 동안 시간을 맡아 준 셈이었다. 초기엔 학부 과목도 부탁했는데 몸담고 있는 대학 바깥에서 학부 강좌를 맡기는 경상대학이 처음이었다.

경상대 민속무용과에서 대학원 강의를 했는데 ‘민속미학’, ‘동양예술철학’ 등을 맡았다. 김교수는 대학원 학생들에게 “정보화시대에 접어들어 모든 것이 스피드가 미덕인데 그 와중에 느림의 미학을 붙들고 있는 여러분의 모습이 대견해요. 여러분은 우리 민족의 지킴입니다.”하고 격려해 주었다. 김열규 교수는 강의 시간에 산조라든지 비움과 채움의 미학, 곡선의 미학에 대해 이야기를 주로 많이 해주었다. 김교수는 가야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구지가’에서 춤의 역사성이 있었다고 말하고 뛰고 도약하면서 땅을 밟으며 원으로 도는 것이 절대 예사롭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또 민속무용과 공연을 보고 조언을 많이 해주었고 때로 강의를 하일면에서도 하고 고성읍에 있는 탈박물관에서도 했다.

이화여대 무용과 김매자 교수가 경상대 민속무용과를 방문했을 때 김열규교수의 강의 시간표를 보고는 당장 이화여대 시간에 김교수를 초청하기도 한 일이 있었다. 김미숙 교수는 김열규교수와 한국예술종합대학 김현자 교수와도 학문적인 유대가 있었다고 전해준다. 김현자 교수(진주 출신)는 어린 시절 진주에 있던 황무봉무용연구소 출신으로 황무봉 소장이 부산으로 이동할 때 그의 어머니가 보따리를 싸서 김현자 어린이를 부산으로 딸려 보낸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때 그 집념의 어머니는 지금 96세로 요양원에서 요양하고 있다. 김열규교수는 국문학자로서의 민속학 전공이지만 예술 영역으로의 민속적 자장에 발 들여놓고 스스로의 미학과 정서,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초상을 살펴내고 있었다.

김교수는 산청 칠정에 있는 지리산고등학교(교장 박해성)에도 출강했다. 이 학교는 체험형 특성화 고등학교로 운영되는 시립학교다. 3년동안 츨강했는데 무엇을 가르쳤을까? 학문하는 대가 교수가 고등학교 강사로 출강을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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