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얻은 매실 씨앗 심는것도 한 정성
공들여 얻은 매실 씨앗 심는것도 한 정성
  • 경남일보
  • 승인 201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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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매실종자 파종
절기상으로 얼었던 땅이 녹고 눈이 비로 바뀌어 내린다는 우수가 지났다. ‘우수 경칩이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속담처럼 대지를 녹이는 따뜻한 봄바람이 시작했다. 새싹이 돋기 시작하고 동면에 들었던 생명들이 깨어나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옛날 같으면 겨우내 죽지 않고 살아남은 해충을 구제하기 위하여 논 밭두렁을 태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산불방지 때문에 금지하고 있다.

요 며칠 날씨가 풀리면서 들녘이 논밭을 돌보는 손길로 분주해졌다.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겨우내 논밭에 방치해 두었던 비닐을 비롯한 각종 오물을 치우기도 한다. 봄나물을 캐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낯설지 않다. 벌써 나무시장에는 봄에 심을 각종 나무들을 전시해 놓고 파는 모습이 나타났다.

겨울 가뭄이 심했던 갔다. 나무를 심기 위하여 지난 가을 굴삭기로 파 뒤집어 놓은 논을 둘러보고 겨울 가뭄의 정도를 알 수 있었다. 예년 같으면 논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흙이 부드럽게 부서져 있어야 하는데 돌덩이처럼 뭉친 흙덩이가 그대로였다. 젖은 땅을 뒤집을 때 뭉친 흙이 말라 돌덩이처럼 굳어 버린 것이다. 겨우내 비 같은 비라도 내렸다면 젖은 흙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잘게 부서졌을 것이 그렇지 못했다.

삽과 괭이로 작업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 작업을 했던 굴삭기 주인에게 사정을 말하니 다시 한 번 더 뒤집어 주겠다며 단숨에 달려왔다. 굴삭기로 두서너 번 뒤집으니 굳은 흙이 부서지며 부드러워 졌다. 자기일도 바쁜데 틈을 내어 도와준 우리 모임의 신임회장이자 굴삭기주인이 도와준 덕분에 구덩이 파는 일은 쉽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주 초반에는 남은 단감나무 가지치기를 마무리 했다. 부유를 먼저하고 서촌조생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이리저리 묻고 찾아다니고 배우며 일을 했다. 가지 치는 일이 그의 끝나갈 무렵 이웃마을에 사는 지인이 지나가며 결과지가 너무 많은 것 같다고 일러져 다시 손을 보느라 일이 늦어졌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가에 있는 과수원이라 가르쳐주는 사람이 많아 덕을 볼 때가 많다. 나무 상태를 보고 처방 법을 알려주기도 해 이웃의 관심과 배려에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우리 모임에서는 가능하면 나무를 심을 때 시중에서 구입하지 말고 직접 만들어 쓰기로 했다. 그 첫 작업으로 매실 묘목을 키우기 위하여 종자를 파종했다. 마침 김종호 전 회장이 보관해 왔던 매실이 과육은 썩고 씨만 남아 있으니 심으라고 주었다. 그대로 심으면 발아가 안 되니 씨앗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껍질을 깨고 속에 든 씨앗만 심어야 한다고 일러 주었다.

신임회장이 직접 씨앗을 꺼내기 위하여 껍질을 깨보니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고 한다. 잘못하면 껍질뿐만 아니라 속에 든 씨앗까지 부숴버려 못쓰게 만들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품을 주고 깨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렇게 부탁을 하고 사흘이 지나 일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씨앗을 받아와 회장이 보관을 해 왔다. 별 생각 없이 창고에 둔 씨앗을 쥐가 훔쳐 먹는다며 빨리 심자고 했다.

한 나절이면 일이 끝날 것이라며 오후에 몸만 오라고 연락이 왔다. 회원들이 모이자 굴삭기로 흙을 한 번 뒤집고 트랙타고 골랐다. 기계가 지나가면 돌을 비롯한 오물을 치우고 호미로 이랑을 파며 씨앗을 심어갔다. 잠시면 끝날 것처럼 얼마 안 돼 보이는 씨앗이 심어도심어도 끝이 없었다. 콩처럼 작은 씨앗이 좀처럼 줄어들지를 않았다. 처음 2~3000개쯤으로 생각하고 시작한 작업이 땅을 더 고르고 파 두 세배는 더해야 했다.

끝나지 않은 작업이 지루하기도 했지만 씨앗을 꺼낸다고 고생한 생각을 하며 한 톨도 남김없이 심었다. 처음 예상보다 3배가 넘는 양이었다. 씨앗이 발아하면 내년에 접을 붙이고 2년 후에는 아주심기를 하게 될 것이다. 씨앗을 심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름에는 잡초를 제거하는 어려운 작업이 기다린다. 그냥 방치하면 한 그루도 못쓰게 될 경우가 생기게 될 것이기 때문에 어린애 돌보듯 해야 할 것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매실종자파종
초보농사꾼이 매실종자를 파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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