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들의 질문에 답하라
도민들의 질문에 답하라
  • 경남일보
  • 승인 201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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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객원논설위원,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지방선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이 연일 이어지고 각종 공약발표도 활발하다. 무엇보다 도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도지사 선거다. 특정 정당을 놓고 말하자면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 결정전에 시선이 쏠린다. 홍준표 지사와 박완수 전 창원시장과의 리턴매치이기 때문에 더욱 치열한 격돌이 예상된다. 다만 바뀐 것이 있다면, 지난 보궐선거는 사실상 박 전 시장의 수성에 홍 지사가 공격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싸움은 거꾸로 홍 지사의 수성에 박 전 시장이 도전하는 모양새가 됐다.

첫 번째 포문은 도전자답게 박완수 후보 측에서 먼저 열었다.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바로잡아야 할 최우선 과제가 진주의료원 사태이다”며 의료원 재개원을 쟁점화했다. 초반 싸움걸기용으로 충분히 날카롭고 예민한 각이다. 진주의료원 폐원은 홍 지사가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나는 나의 길은 갑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릴 정도로 강한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인 정책이다. 특히 강성노조가 장악한 진주의료원 폐업이 현 정부 공기업 개혁의 모델이 됐다고 홍보까지 해왔다. 홍 지사 측의 첫 대응은 박 후보가 강성노조와 손잡았다며 새누리당 후보의 정체성을 공격했다. 심지어 색깔론까지 들먹이며 강한 공세를 취했다.

박 후보의 맞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강성노조에 대해서는 ‘고용보장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노조대응과 재정적자 해결은 도지사의 능력문제지, 의료원 폐원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신 진주의료원을 행복의료원(가칭)으로 전환해 노인, 육아, 다문화가정, 전염병 관리, 응급의료, 장애인 등 민간에서 다루기 힘든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지금까지 쌍방공격의 내용을 보면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동한 사람과 지방행정 전문가로 활동한 사람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진주의료원 문제도 한사람은 정치적으로, 한사람은 행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진주의료원 재개원 여부는 전적으로 선거결과에 달려 있게 됐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싱겁게 결말이 날 것이다. 그러나 도민들 입장에서는 이런 점이 여전히 궁금하다. 공공의료와 서민의료를 위해 진주의료원이 꼭 필요한가, 강성노조에 대한 대응은 의료원 폐원이 유일한 답인가, 재정적자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인가. 도민들의 이런 질문들에 대해 앞으로 도지사 후보들 간의 진정한 토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공방은 홍 지사의 대권도전에 관한 문제다. 새누리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을 보면 대권을 노리고 도전하는 사람과 대권을 위해 재출마를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정몽준 의원은 전자에 속하고, 경기도지사 재출마를 포기하는 김문수 지사는 후자에 속한다. 홍 지사 측은 대권 도전 자체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차기 대선이 다음 지방선거와 6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도정공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박 후보 측에서는 차기 대선준비를 위해서는 2년 6개월짜리 징검다리 도지사밖에 안 된다며 행정공백의 폐해와 막대한 보궐선거 비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 문제의 결론도 결국 도민들이 내릴 것이다. 홍 지사가 선택을 받는다면 대권도전에 대한 간접적인 묵인이 될 것이고, 박 후보가 선택을 받는다면 ‘도지사는 도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도민의 뜻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도민들은 최소한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듣고 싶어 한다. 도지사가 도민을 위한 자리인가, 도지사 자신을 위한 자리인가.

세 번째 공방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서부청사 설치, 마산 도청 이전, 진해야구장, 창원시청사 위치 등 쪼개고 옮기는 문제다. 절반은 홍 지사가 안고 있는 몫이고, 절반은 박 후보가 안고 있는 몫이다. 도민들이 답을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어느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판단하면 된다. 진정한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구태한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 생각한다. 누가 진정한 정치인이고, 누가 구태한 정치꾼인가. 도민들도 판단해야 할 문제고, 후보들도 스스로 답을 내야 한다.
안상근 (객원논설위원,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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