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과 부모교육
‘문화가 있는 날’과 부모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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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학생처장)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창작 뮤지컬을 관람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박 대통령은 관람을 함께 한 예술계 대학 새내기들에게 “오래전에 굉장히 힘든 시절이 있었는데 문화와 함께 하면서 그런 시절들을 극복해낼 수 있었고, 거기에서 어떤 새로운 에너지와 희망,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며 “앞으로 문화가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에너지와 힘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했다” 고 말했다.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는 대통령의 그러한 취지로 올해부터 ‘문화가 있는 날’을 지정했고, 박 대통령은 지난달 첫 ‘문화가 있는 날’에 시내 극장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을 관람했으며, 이달은 창작 뮤지컬을 관람했던 것이다.

필자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문화가 있는 날’이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화가 있는 날’이 누구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고3 수험생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문화가 있는 날’을 부모교육과 연계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사실 모든 부모들은 자녀들을 사회에서 유능한 구성원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키우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유치원 시기까지의 유아기동안 부모들은 자녀를 정말 ‘문화가 있는 날’을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런데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부터 ‘문화가 있는 날’은 아이들 주위에서는 사라지고 어른 중심으로 그들만의 축제가 되고 만다.

초등학생들은 방과 후 수업과 과외시간에 쫓겨 ‘문화가 있는 날’을 즐길 수가 없다. 물론 예체능을 전공하려는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 아이들이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현실은 더 팍팍해진다. 중고생들은 문학이나 악기, 예술 등과 같은 ‘문화’와는 그야말로 담을 쌓게 되는 것이 오늘날 학교현장의 진실이다.

물론 일부 중고등학교 현장에서는 교육과정 조정을 통해 꿈과 끼를 발산하는 교육체험의 장에 대한 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프로그램들 조차 형식적인 면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어서 아쉽다. 학교나 가정에서 무엇보다 교사나 부모의 눈높이가 아닌 학생이나 자녀의 눈높이로 꿈과 끼, 그리고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예를 들면, 자녀가 중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모든 야외활동은 봉사점수를 위한 것 외에는 결코 허락되지 않으며, 고등학생이 되면 이는 더 심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로서 중고등학생 자녀에게 ‘문화가 있는 날’을 즐기도록 하는 부모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하나의 예로서 최근 학교에서 하는 ‘노래 부르기’ 등의 음악활동조차 순수하게 문화를 느끼는 활동에 찬물을 끼얹는다. 즉 반별 대항을 해서 학생들에게 문화를 즐기기는커녕 등수를 잘 받아야 된다는 심리적 부담감만 잔뜩 안겨주게 된다. 그래서 교육활동 프로그램의 본 취지와는 달리 노래부르기 활동은 교육실적을 위한 음악활동에 불과하다.

필자의 아들은 개인적으로 피아노를 가끔씩 즐겨 친다. 과학을 준비하는 과학도이면서 피아노를 즐겨 친다는 것은 썩 마음에 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 아들은 때로 인터넷으로 좋은 곡의 악보를 찾아서 혼자 독학으로 끙끙대면서 익혀 곡을 소화해내기도 한다. 그런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의 마음에서는 ‘피아노보다는 공부에 좀 더 신경썼으면 좋으련만…’하는 속마음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속마음의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 아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에게 ‘문화가 있는 날’을 만들어 주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모로서 자녀를 올바르게 키워주기 위해서는 ‘문화의 날’을 찾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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