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문화, 경남의 자랑> 삼천포 노산공원
<경남의 문화, 경남의 자랑> 삼천포 노산공원
  • 이웅재
  • 승인 2014.03.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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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마주한 삼천포 낭만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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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산공원 남쪽끝에 세워진 팔각정
 
 

1995년 사천군과 통합되기 전 삼천포시는 인구 6만 정도 아담한 규모의 항구도시였다.

거친 바다에 삶의 기반을 둔 시민들의 어투와 행동은 거칠고 투박하기로 바깥세상에 소개되기도 했으나 내면에 흐르는 정이 가득차서 넘쳐나는 인정의 도시기도 했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스스로 길을 찾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은 강자에게 기대지 않는 독한 기질이 있다. 거친 일터가 있으면 아늑한 휴식의 공간도 있기 마련이다.

아담한 항구도시 삼천포시민에게 삶의 활력을 제공하는 것 중 외면할 수 없는 소재가 있다면 노산공원이다.

노산공원(魯山公園)을 단순한 공원으로 소홀히 대접할 수 없는 것은 외강내유로 표현되는 삼천포 사람들의 기질을 형성하는데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노산공원은 삼천포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치고, 비둘기 모이 주며 바다 보지 않은 사람 몇 될 것이며, 소풍과 사생대회는 물론 연인과의 테이트까지 찾아 보지 않은 이 또한 얼마나 있을까 할 정도로 시민삶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노산공원은 바다 끝 마을 팔포를 지나면서 지형이 치솟기 시작해 연안에서 우뚝 솟아 끝 맺음을 한다. 삼천포지역 중심인 선구동과 동서금동의 경계에서 남쪽바다로 돌출해 자리를 잡은 노산공원은 옛날에는 물이 들면 섬이 되었다고 한다,

이 무렵 노산에는 사학기관인 호연재(浩然齋)가 있었는데 학동들이 서당에 다니기 위해 큰 돌로 징금다리를 놓았다.

이를 노다리라 부르고, 다리 이름을 따 노다리산으로 불리다가 노산으로 불렀다는 이야기와 호연재 팔문장 중 노(魯)를 호로 쓰는 이름을 따 명명했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

노산공원은 삼천포읍이 남양면을 편입해 삼천포시로 승격한 해인 1956년 도시계획에 따라 충혼탑과 놀이시설, 미니골프장, 비둘기집, 이순신장군 동상, 팔각정 등 위락시설을 갖추면서 삼천포 시민들의 유일한 휴양공원으로의 기능을 하게 된다.

지금은 이순신장군 동상만 제자리에 있고, 팔각정은 바닷가에 새로이 건축됐으며 비둘기집은 주위에 규모를 줄여 설치돼 있다. 그리고, 충혼탑은 호국공원으로 이전했고, 팔각정 승공관과 휴게실은 미니골프장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인공구조물의 존폐와는 달리 노산공원의 풍광은 예전 그대로 모습을 대체로 간직하고 있는 편이다.

노산공원에서 바라보는 풍취가 대단하다. 북으로 눈 돌리면 와룡산과 각산이 보이고, 남으로는 큰 호수 같이 잔잔한 한려수도에 그림처럼 솟아난 올망졸망한 섬들, 이 사이를 오가는 작은 어선과 유람선 등이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하지 않다.

아늑한 형상의 와룡산에 등을 대고 호수같이 아늑한 남쪽바다를 눈에 담다 보면 대한민국 대표 서정시인 박재삼 선생이 노산공원을 배경으로 시심을 키웠다는 사연을 절로 깨닫게 된다.

공원 입구부터 처처에 새겨져 있는 박재삼의 시를 보면 노산공원에서 바라본 바다가 전한 말이 궁금해 진다.

오늘날 그를 기리는 많은 사람들이 문학관을 세우고, 문학제를 개최하며 묻고 또 묻는 ‘한(恨)을 담은 사연’을 간직한 노산공원은 세상의 변화를 아랑곳 않는다. 철없던 시절 부모 손잡고 비둘기 쫓던 때나 이제 흰머리 허리 굽어 건강 산보하는 때를 묵묵히 지켜보며 포용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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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 시비, 학 형상의 돌에 천년의 바람 시가 새겨져 있다.
▲서정시인 박재삼

삼천포 노산공원을 거론할 때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박재삼의 이야기다. 시인 박재삼(朴在森, 1933~1997)은 삼천포가 낳은 걸출한 시인으로 김소월에서 서정주로 이어지는 한국 전통 서정시의 맥을 잇고 있다.

박재삼은 1949년 제1회 영남예술제(개천예술제) 백일장에서 시조를 써서 차상에 올랐다. 1953년 월간 ‘문예’에 시 ‘강물에서’가 첫 추천 되고 1955년 월간 ‘현대문학’에 시 ‘섭리’, ‘정적’이 추천됨으로써 등단했다.

그의 시는 전통적 가락에 향토서정과 서민의 고달픔을 노래해, ‘한국적 한(恨)을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 ‘슬픔의 연금술사’라고 평가 받는다.

박재삼 시비는 그가 50회 생일을 맞은 1988년 4월 10일 노산공원에 건립됐다. 당시 삼천포청년회의소 김성태 회장의 부인이 매달 적금을 넣어 건립 기금을 모았다고 한다.

학을 닮은 시비에는 ‘천년의 바람’이 새겨져 있다. 이 시는 그의 제 3시집 ‘천년의 바람’에 실려 있는데 전체 2연 증 1연만 시비에 옮겼다.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아, 보아라 보아라/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사람아 사람아/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탐을 내는 사람아’

박재삼은 1997년 6월 8일 새벽 5시 65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묘소는 충남 공주시 의당면 도신리 산번지에 자리를 잡았다.

▲호연재 건립으로 사라진 비렁횟집의 추억

노산공원 안에는 지역인재의 요람이자 시대정신을 고취시켰던 서당 호연재(浩然齋)가 지난 2008년에 복원돼 들어서 있다.

호연재는 영조 46년(1770년)에 건립된 학당으로, 구한말 호연재에 모인 문객들이 나라를 잃은 슬픔을 토로하는 시문집을 펴내자 일본 경찰이 1906년에 강제 철거했다고 한다. 호연재는 보흥의숙을 거쳐 철거 직전인 1905년에 지금의 삼천포초등학교의 모태인 광명의숙으로 변신했다.

사천시는 지난 2005년부터 지역 원로들을 중심으로 호연재 복원에 나서 노산공원내 승공관이 철거된 자리에 2008년 지상 1층 98㎡ 규모의 한식목조기와 구조로 복원했다. 정면 5칸, 측면 2칸이다.

호연재를 보면서 옛날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판문점 자유의집을 반공사상을 고취하기 위해 세워진 승공관 1층에 있던 공원음악다방이다.

승공관이 철거될 때 모든 것이 부족해도 음악하나 만으로도 충분했던 청춘이 넘쳐나던 공간인 이 음악다방도 함께 사라졌다.

노산공원 음악다방은 당시 청춘에겐 만남의 장이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는 공간이었다.

차를 마시기 보다는 낭만을 마셨던, 그러다가 낭만에 취하면 바다로 나가 시를 읊조리던 시절, 청춘은 시에 취해 갯바람에 취해 넉넉치 못한 호주머니 아랑곳 않고 비렁횟집으로 줄달음질 하기 일쑤였고, 반기는 해녀 아줌마가 있어 마음을 달랬다.

당시 청춘들은 노산공원 아래 기슭 비탈을 따라 바닷가 바위에 자리잡은 해녀들이 갓 잡아 건진 해삼과 멍게를 소주와 함께 파는 장소를 비렁횟집이라 불렀다. 현대식 건물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의 맛을 간직한 회 맛이 일품이지만 이제는 경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크다.

해녀와 대화하며 술잔을 나누던 그 자리가 메워져 육지가 되고, 방파제가 만들어 지면서 해안데크가 설치됐다. 헐렁한 대화도 맛깔나게 나누던 비렁횟집 자리에는 삼천포아가씨 상이 세워져 추억을 전한다. 은방을자매가 불러 유명해진 ‘삼천포아가씨’ 노랫말이 해변에 울려 퍼지면서 ‘옛추억은 보내고 새로운 기억을 담으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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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호연재 건물
▲삼천포아가씨 상

갯내음 물씬 풍기는 노산공원에서 들었던 시인 박재삼의 바람소리는 눈 어둡고 귀 멀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바다의 소리를 시로 영혼에 새겼다면 은방울자매의 삼천포아가씨는 인구 6만에 불과한 작은 항구도시 삼천포를 음악으로 세상에 알렸다.

사천시는 지난 2012년 노산공원 동쪽과 남쪽 바닷가에 삼천포를 대표하는 조형물을 세우기로 하고 시민공모를 실시, 삼천포아가씨 상과 물고기 상을 건립했다.

노산공원 동쪽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는 삼천포아가씨 상을 바라보며 해안데크를 걷다보면 어느 순간 ‘비 내리는 삼천포에…돌아와요 네,~ 돌아와요 네~, 삼천포 내 고향으로’ 애잔한 노랫말이 따라 걷는다.

시와 음악, 문학이 공존하는 공간인 노산공원은 아래 즐비한 횟집에서 회 먹는 관광객들이 걷고 추억을 만드는 장소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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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포매립지 해변 바위에 설치된 삼천포아가씨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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