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 골동품과 차(茶)이야기
취미생활, 골동품과 차(茶)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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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희 (시인)
지리산 자락에 흙담으로 전통 찻집 하나 지어 놓고 바람을 벗 삼아 욕심 없이 글이나 쓰겠다는 생각에 취미생활로 20년 골동품을 수집하였다. 하나 둘 모은 골동품과 수석이 어느 날 보니 엄청난 양이었다. 정말 취미라기보다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정신없이 모았다. 여유가 될 때는 골동품 가게에서 사기도 하고, 직접 시골집을 돌면서 구입하기도 해서 별의별 귀신 나올 물건들이 다 쌓이니까 집이 슬슬 비좁기 시작했다.

돌 절구통만 해도 6개에다 나무 절구통, 옛날 탈곡기, 쟁기. 도리깨, 물레, 축음기, 소구유통, 돌 다듬이판, 대패, 저울, 호롱불, 쾌종시계, 풍금, 고서, 가마니 짜는 것, 재봉틀 다이, 고가구, 화로, 곰방대, 엿장수 가위, 옛날 화폐와 엽전, 기념우표와 엽서, 청자담배와 금복주 술병, 삐삐, 전화기, 타자기, 풍로 ,옛날 쇳대, 참빗, 놋그릇, 인두, 이발 바리깡, 골무, 호루병, 도쿠마리, 물레, 풍금, 요강 등…. 그러다 보니 집도 좁고 해서 이사를 하게 되었다.

1층과 지하까지 자리를 차지해서 나만을 위한 전시를 하다가 어느 날, 고물들이 살고 있는 폐가의 집처럼 감당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남해 해오름예술촌, 의령예술촌, 설천중학교 자료실 등에 각각 트럭으로 날라 기증하기 시작했다. 인연이 아닌 것을 붙잡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만인들이 볼 수 있을 때 골동품도 가치가 있는 법. 지금은 작은 소품들만 옹기종기 모여 같이 살고 있다.

얼마 전 풍금과 물레와 소품을 큰언니 집에 선물했다. 요즘은 집을 방문하는 지인들에게 소품이라도 하나 선물로 줘서 보내야 편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 지금은 전통찻집 하나 운영해 볼 거라 했던 생각도 아득해졌고 흥미마저 잃어 버렸다. 지난 세월을 가만히 뒤돌아보면 취미는 취미로 끝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두 번째 취미는 차(茶)를 만드는 일이다. 화차부터 백초차와 약용차에서 식용차까지 차를 덖고 비비고 오묘한 차맛을 내는 것이 내 삶의 유일한 취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다기에 차를 달일 때마다 오감이 행복해진다. 봄이면 구증구포를 한다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작업을 해도 지루한 줄을 모르고 가족 모두 좋아해 작업에 동참한다. 백련 연꽃 봉오리를 냉동해 두었다가 숙우에 놓고 뜨거운 물을 부어 천천히 녹이면 꽃잎이 살아나 우러나는 향에 매료되면 신선이 된다. 백련차 맛을 음미하다보면 이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고 좋다. 차는 내 생활에 오래된 벗이다. 알고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참 호사스러운 것이 차 한 잔의 여유인 것 같다. 소중한 이들을 만나면 직접 만든 ‘감꽃 햇차 한 잔 합시다’ 하고 인사를 건넨다.

정삼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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