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다짐
삼월의 다짐
  • 경남일보
  • 승인 2014.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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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객원논설위원)
삼월에 우리가 되새겨야 할 다짐은 95년 전 우리의 선조들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외쳤던 독립선언서의 내용이다.

‘낡은 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 강권주의에 희생되어, 역사가 있은 지 몇 천 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민족의 압제에 뼈아픈 괴로움을 당한 지 이미 10년이 지났으니, 그동안 우리의 생존권을 빼앗겨 잃은 것이 그 얼마이며, 정신상 발전에 장애를 받은 것이 그 얼마이며, 민족의 존엄과 영예에 손상을 입은 것이 그 얼마이며, 새롭고 날카로운 기운과 독창력으로 세계 문화에 이바지하고 보탤 기회를 잃은 것이 그 얼마나 될 것이냐?’

참으로 뼈아픈 외침이다. 우리 민족사에 이보다 더 간절한 호소력을 지닌 문장은 일찍이 없었다. 그들은 우리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 사람의 자주적 민족임을 선언하면서도 침략자 일본을 점잖게 타일렀다.

‘병자수호조약(1876년) 이후 때때로 굳게 맺은 갖가지 약속을 배반하였다 하여 일본의 신의 없음을 단죄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학자는 강단에서, 정치가는 실제에서 우리 옛 왕조 대대로 닦아 물러 온 업적을 식민지의 것으로 보고, 문화 민족인 우리를 야만족같이 대우하며 다만 정복자의 쾌감을 탐할 뿐이요, 우리의 오랜 사회 기초와 뛰어난 민족의 성품을 무시한다 해서 일본의 의리 없음을 꾸짖으려는 것도 아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이렇게 다짐했다. 공약 3장이다. ‘오늘 우리의 이번 거사는 정의, 인도와 생존과 영광을 갈망하는 민족 전체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의 정신을 발휘할 것이요, 결코 배타적인 감정으로 정도에서 벗어난 잘못을 저지르지 마라. 최후의 한 사람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시원하게 발표하라. 모든 행동은 가장 질서를 존중하여, 우리의 주장과 태도를 어디까지든지 떳떳하고 정당하게 하라.’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고, 어른스러워서 다시 더 이상의 해설을 요하지 않는 것이 독립선언서다. 그 자체로서 우리민족의 풍모를 그대로 담고 나타내 준다.

비교할 가치도 없지만 일본인의 침략근성은 너무나 야만적이어서 거론하기조차 망설여지는 것이 많다. 먼 과거에 저들이 저지른 일들은 차치하고 현대화의 출발점이 된 명치유신이 지극히 침략성을 가진 군사봉건 제국주의로 탈바꿈함으로써 우리민족을 비롯한 이웃 국가들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일본 제국주의는 온 세계가 한 집이라는 ‘팔굉일우(八紘一宇’)와 천황이 천하를 통치한다는 ‘황도주의’를 내세워 침략전쟁을 벌였다. 이웃 나라에 쳐들어가면서 ‘의전’, ‘성전’이라고 분식했다. 우리의 국모 민비를 시해하고 능욕했다. 대동아 공영권이란 명분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하여 원료생산 기지를 약탈하더니 마침내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미국에 대들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한반도를 통해 대륙문화를 이식해 들여 갔다. 임진왜란을 일으켜 패전의 쓴잔을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에서 붙들어간 도공들을 부추겨 국부를 일으켰다. 태평양전쟁에서 패해 바닥난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저들의 침략으로 분단된 동족 간에 빚어진 6·25전쟁 특수의 결과였다.

우리나라 국경일은 닷새로 잡혀 있다.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 국경일이다. 제헌절, 개천절, 한글날은 순수한 우리민족의 국경일인데 비해 삼일절과 광복절은 일본의 침략과 광복으로 얼룩진 굴욕의 국경일이다. 경사스러운 날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치욕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해 두는 것이 알맞을 것이다.

지금 극우로 치닫고 있는 아베신조 일본 내각을 예사로 보아서는 안 된다. 저들의 몸에 연면히 배어 있는 지배근성은 우리가 말린다고 해서 그만 둘 왜인들이 아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두발의 원자탄 세례를 받고서야 손을 든 일본이다. 침략근성은 그들의 혈통이며 전통이다. 우리는 이를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뭉치고 단합해야 한다. 일본의 꾐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변국들과 협력해야 한다.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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