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릉과 육산이 번갈아 파도치는 산의 바다
암릉과 육산이 번갈아 파도치는 산의 바다
  • 최창민
  • 승인 2014.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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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 선정 100대명산 <92>화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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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화악산에서 화악산으로 오르는 암릉구간.
멀리 철마산부터 아래화악산 윗화악산 산세가 아름답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시골 밥상에 자주 올라오던 반찬 중 하나가 미나리 무침이다. 변변한 찬거리가 없던 시골이어서 목구멍에 밥을 넘기기 위한 수단이었으리라. 미나리는 주로 아이들이 키웠다. 물이 잘 흐르는 무논에 이른바 ‘미나리꽝’을 만들고 수시로 찾아가 돌봐야했다. 중요한 것이 물이었다. 제때 물꼬를 터거나 막는 등 물관리를 잘해야 했다. 이렇게 키워낸 미나리가 밥상에 올라왔다.

이번 100대 명산 코스는 ‘한재미나리’로 유명한 경북 청도 화악산이다.

화악산이 위치한 경북 청도 한재골(평지·불당)에서 재배되고 있는 미나리 이름이 ‘한재미나리’다. 토종 돌미나리보다 줄기가 굵고 키도 큰데 상큼하게 아삭거리는 식감이 좋고 특유의 풀냄새가 나지 않아 그냥 초고추장에 찍어먹는다. 미나리향이 입안에 은은하게 감돌아 참 맛있다. 제철인 요즘 주말이면 한재미나리를 먹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한재골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전국으로 팔려나가면서 제품이 없어 못팔지경이라고 한다. 한재미나리를 키워내는 산이 청도 화악산이다. 지하수를 사용하지만 지리적으로 화악산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어 모든 산물이 모여 청정 미나리를 키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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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미나리를 손질하고 있는 주민들.


▲산행코스는 평양 1리 노인회관→경북근로자복지연수원→미나리재배단지→성지암→들머리→너덜지대→아래화악산밑 안부능선→철교→윗화악산→암릉→운주암 갈림길→김대형 추모비→화악산 정상→돌모듬 탑봉우리(하산)→소나무길→원점회귀. 9km, 휴식 포함 5시간 30분 소요됐다.

▲화악산은 밀양시 부북면과 경북 청도군 청도읍 평양리에 걸쳐 있는 산이다. 최고봉 화악산(932m)을 중심으로 남동쪽으로 윗화악산, 다시 동쪽으로 돌아 아래화악산, 철마산으로 이어진다. 북쪽은 밤티재 지나 남산으로 연결된다. 아기자기한 암릉이 어우러져 산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주능선 철마산∼화악산구간은 약 7km에 이른다. 암벽 위 운주암에는 기우제를 지내는 기우연이 있다. 봄에 진달래가 장관이며 한재골 불당과 평지마을에서 재배하는 미나리가 유명하다.

▲오전 8시 40분, 청도 ‘평양1리노인회관’ 앞에서 30m 지나 경북 근로자복지연수원정문의 왼쪽 길을 따라간다. 2번째 갈림길에서 ‘화악정’이라는 간판이 보이는 오른쪽길로 간다. 300년 수령의 소나무 보호수 옆을 지나 큰길을 따르면 중리마을을 관통하고 미나리재배단지 끝에 있는 갈림길에 닿는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시멘트도로를 따라 10m정도 오르면 오른쪽에 산으로 붙는 등산로가 나온다.

취재팀은 갈림길에서 이 길을 택하지 않고 왼쪽 계곡건너 성지암 앞으로 올라 윗화악산→화악산 시계방향으로 산행해 원점회귀하기로 했다.

성지암은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 분원이라고 돼 있다. 이후 산길은 선명하지 않다. 이정표가 별로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주의해서 들머리를 찾아야 한다.

산에 오르면 등산로는 끊어질 듯 이어진다. 불편하고 성가셔도 ‘길을 찾아 오르는 재미도 괜찮다’고 애써 위안하며 능선으로 치오르는 수 밖에 없다.

너덜겅지대 서너군데를 지난다. 이 산의 또 하나 특징은 너덜겅이 많다는 것. 너덜겅에서 뒤돌아본 화악산 정상 7∼8부 능선에는 하늘에서 쏟아 부은 듯 너덜겅과 바위지대가 형성돼 있다. 여느 산과 좀 다른 너덜겅이다. 무쇠 솥뚜껑만한 크기의 납작한 돌이 성글게 놓여 있다. 지금도 계속해서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돌강이다. 자칫 발을 잘못 딛기라도 한다면 발목과 무릎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얼마나 올랐을까. 어느 순간 선명하고 뚜렷한 등산로를 만나게 된다. 칼라 풀한 안내리본도 보인다. 등산로를 찾았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돌린 뒤 다시 20여분정도 더 진행하면 아래화악산 밑 안부능선에 닿는다. 고도 680m, 한재마을에서 1.7km 올라온 지점이며 시계는 오전 10시 11분을 가리켰다. ‘화악산 3km,아래화악산 500m’ 이정표가 안내한다. 숲 사이로 500m 가시거리에 있는 아래화악산에 데크로 만든 조망대가 보인다.

안부에서 윗화악산까지는 능선을 타고 20분을 더 진행해야 한다. 중간에 작은 철교가 놓여 있다. 고스락 막판, 다리가 뻐근하고 숨이 목까지 차오른다. 오전 10시 30분, 윗화악산(837m)에서 뒤돌아보는 풍경이 압권이다. 연무와 미세먼지가 끼었어도 아래화악산을 지나 멀리 철마산까지 조망된다.

이제부터 가야할 화악산의 산세가 가슴벅차게 펼쳐진다. 높은 바위 끝에 올라서 이 산의 주인이 된 것처럼 큰 쉼호흡을 해본다.

암릉과 육산이 차곡차곡 교차하는 모양새가 대양에 너울너울 파도가 치는 듯 하다. 그 먼곳 하늘과 맞닿은 곳이 화악산이다.

능선속으로 들어간다. 제멋에 겨워 자유롭게 자란 늙은 소나무, 분가루를 발라놓은 듯 하얀 나무줄기가 새롭게 보이는 진달래와 철쭉. 능선은 그리 화려하지 않아도 조금씩 조금씩 고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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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지대


오전 11시 6분, 암릉구간, 뒤돌아보면 최고의 경치가 펼쳐진다. 멀리 철마산에서부터 아래화악산 윗화악산 준봉들이 차례대로 연이어져 있다. 헬기장과 운주암갈림길을 지나 오전 11시 25분 산악인 김대형의 추모비와 돌탑이 있는 890m 봉우리에 올라선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산악인인데, 이곳에서 사고를 당했는지, 아니면 해외원정에서 사고를 당해 이곳으로 옮겨 온 것인지, 아니면 사망한 뒤 고인이 화악산을 좋아해 유족들이 고인을 모셨는지 알 수 없다.

오전 11시 40분, 화악산 정상에 도착한다. 짙었던 연무가 조금은 걷혔으나 여전히 시야는 좋지 않다. 요즘 때아닌 중국 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데 앞으로 봄 산행이 시작되면 황사와 함께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미세먼지가 황사보다 위험한 것은 중국쪽에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화학성 초입자 오염물질이 대기에 방출된다. 초미세 오염물질은 호흡기를 통해 신체 속으로 고스란히 들어가 건강을 위협한다. 이제 산행 중에도 마스크를 해야 할 지경이니 헛웃음이 나올뿐이다. 맑은날이면 인근 서남쪽에 비슬산과 화왕산, 동쪽 부산대구고속도로 건너 밀양알프스 산군이 보인다는데 미세먼지에 뺏긴 셈이다.

동쪽 한재골 쪽에 미나리재배단지가 희미하게 보인다. 한재미나리는 화악산 지하수를 끌어올려 흐르는 물에서 재배하고 있다. 1965년부터 가정에서 식자재로 사용됐고 본격적인 상품으로 부각된 것은 1985년이다. 당연히 자연친화적인 무농약 재배이다. 여름부터 농사를 시작해 겨울을 지나 봄철 3∼4월이면 제철을 맞는다. 아삭거림과 부드러움, 향과 맛이 독특하다. 생채 녹즙 김치 다양한 음식재로 사용되고 있다. 70ha(20만평)규모에 130여가구가 재배한다. 요즘 하루 10여톤을 수확해 전국으로 보내진다. 주문 후 1주일을 기다려야한다. 현지에서는 1kg 한단 9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미나리는 비타민A와 칼륨·칼슘이 풍부하다. 이뇨·청혈·해독작용에 협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상에서 더 진행하면 돌을 모아 쌓아놓은 봉우리(915m)가 나온다. 북쪽으로 직진하면 배티재 지나 남산이 이어진다. 남산은 이서국 패망의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취재팀은 돌탑봉에서 배티재길을 버리고 오른쪽 하산 길을 택한다. 급격하게 고도를 낮추는 구간이다. 지금까지 암릉에는 철쭉과 진달래 군락이었다면 하산 길은 소나무군락이다. 키가 작은 토종소나무가 아니라 금강송처럼 늘씬하게 자란 소나무들이다.

화악산은 원점회귀산행이 가능한 산이지만 들머리와 날머리를 주의해서 찾는 것이 산행의 포인트다. 오후 2시 20분에 산행이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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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산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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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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