끽휴시복(喫虧是福)
끽휴시복(喫虧是福)
  • 경남일보
  • 승인 201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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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서 (진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 경정)
출퇴근 시간대의 교차로는 많은 차량으로 붐빈다. 차분히 녹색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운전자가 있는가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빨리 가려고 안절부절 못하면서 틈새를 노리고 차선을 변경하거나 꼬리 물기를 하는 등 꼴불견의 운전자들도 간혹 있다.

이들의 이기적인 돌출행동으로 교차로는 금세 칡넝쿨처럼 엉키고 설켜 엉망진창이 되고 덩달아 눌러대는 경적소리, 분을 참지 못해 차량에서 내린 운전자의 고함과 삿대질로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차량은 꼼짝달싹 못하는 지경이 되어 모두가 낭패를 당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교통현장에만 목격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직감적으로 떠오르는 말이 있다. ‘끽휴시복’ 즉 밑지는 것이 복이 된다는 말이다. 나에게 손해가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이익이 되는 것이 밖으로는 사람들의 감정을 화평하게 하고 안으로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모두가 평화롭고 평안하니 이것이 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중국의 청나라 때 서예가로 명성을 떨친 정섭이 고향의 동생에게 보낸 편지 속에 나오는 말이라고 하는데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되새겨 봐야 할 명언이 아닌가 싶다. 특히 양보와 배려가 절실히 요구되는 운전자들에게는 시금석처럼 알고 실천하는 것이 안전하고 유쾌한 교통문화를 만들어가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자기 차량을 추월했다고 해서 앞질러 가 차선을 막고 시비를 하다가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 물적·인명 피해를 입히는 유사사례가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당서(唐書)에 이르기를 평생토록 남에게 길을 양보할지라도 양보한 거리의 합계는 백걸음이 되지 않으며 겸양으로서 처세하면 잃는 것이 적고 얻는 것이 많다고 했다. 이를 현실에 비유하면 평생토록 양보운전을 해도 소요된 시간은 백분을 넘지 않으며 겸손한 자세로 운전을 하면 사고 위험성이 적어 잃는 것보다 얻을 것이 많다고…. 작년 한해 도내에서는 460여 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조금만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이런 불행을 당하지 않았을텐데하는 아쉬운 마음 금할 길 없다.

눈앞에 보이지도 않는 알량한 자존심이나 탐욕 때문에 다투다가 마음고생, 몸 고생, 시간낭비 한 적은 없었는가 반문해 보면서 내가 약간 손해 보며 산다고 느끼는 것이 나에게 이익이 되고 남에게도 이익이 되는(自利利他)삶이요 밑지는 것이 복이라는 정섭의 끽휴시복이 아집과 탐욕에 젖어 있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행복이 어디서 오는가를 일깨워주는 지혜의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박명서 (진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 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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