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마근담 에코빌리지를 가다
산청 마근담 에코빌리지를 가다
  • 최창민
  • 승인 201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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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산물 키워 자급자족 하는 삶
분답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부모 형제 아들처럼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 것일까.

내 것과 남의 것이 따로 없고 큰소리도 없으며 아귀다툼도 없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이해 하는 삶. 남의 것을 내 것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삶, 이상향, 도원경같은 삶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이런 완성된 이상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를 추구하며 계속해서 진화해가고 있는 에코빌리지(자연마을)가 있다.

산청군 시천면 사리 28번지 일대 약 50만㎡ 넓이에 위치하고 있는 마근담. 계곡을 끼고 있으며 교육원을 비롯해 집 복지동 유기농을 위한 비닐하우스 등이 있다. 마근담은 막힌담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마근담에 사는 사람들은 총 42세대에 89명.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과거 도회지에서 한가닥씩 하던 사람들이다.

대형 선박을 몰고 대양을 누볐던 선장, 유명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쳤던 교수, 서울 소재 대형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했던 담임목사, 규모 있는 학원을 경영했던 원장, 제주도 유양지 호텔에 몸담았던 호텔리어, 심지어 한 시대 도시의 어두운 골목길을 휘저었던 이른바 ‘형님’도 있다. 약 20여년전부터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 산골짝으로 모여들어 마근담이 형성됐다.

에코 빌리지 마근담의 가장 큰 원칙은 ‘유무상통(有無相通)’이다. ‘있고 없는 것이 서로 통한다’ 는 뜻으로 네것 내것,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모두 하나의 가족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통한다는 의미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마근담마트’와 ‘마을 금고’다. 마트 한 코너에는 자기가 생산한 농산물이나 가재도구 등 여분이 있는 것을 가져다 놓는 코너가 있다. 농산물이나 물건이 필요한 사람은 가져다 쓰면 된다.

마을 금고. 누구나 남는 돈이 있으면 금고에 맡겨놓고, 돈이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도 된다. 금고 자체가 항상 열려 있고 딱히 지키는 사람도 없다. 원칙은 돈을 가져갈 때는 기록을 해야한다. 중요한 것은 돈을 가져 가는 사람이 부담이 없다는 것. 언제든 돈이 생기면 내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안생겨도 문제가 없다. 물건이나 돈을 가져가도 미안해 할 필요도 없고 돈을 내어놓는 사람도 거드름을 피울 이유가 없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이 한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 가정을 갖고 개인생활을 하지만 필요에 의해 공동식당을 사용하고 마을목욕탕도 사용한다.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의 특기와 특성에 맞는 일을 한다. 대규모 양계장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고 하우스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산청읍과 진주 부산 등 외부로 나가서 건축일을 해서 돈을 벌어오는 사람도 있다.

80여명 중 70대 이상이 7명이다. 연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마근담 교육원 내에 있는 몸짱프로그램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이외 산악회 기타를 배우는 하모니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는 담배와 술 고기가 없다. 유기농 채소를 자체 생산해 채식 하는 것이 원칙이다. 술과 비슷한 것이 있다면 각종 효소를 발효시켜 마실 뿐이다. 그러나 고기와 비슷한 것은 있다. 밀에서 추출한 것으로 만든 음식이 고기맛이 난다. 실제 먹어보니 추출물이라는 말을 들지 않았다면 속을 정도.

고기에 얽힌 재미 있는 일화도 있다. 하루는 외부에서 온 손님에게 밀 추출물로 만든 고기(?)를 반찬으로 내놓았더니 이분이 아무 말없이 실컷 먹고 난 뒤 돌아가서는 마을사람들에게 “마근담 사람들, 채식만 한다더니 거짓말이더라. 돼지고기 쇠고기 엄청 먹더라”고 소문을 낸 일이 있었다고 한다.

농산물은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친환경농산물이다.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벌레를 잡거나 친환경적인 EM(유용미생물)을 사용한다.

마근담은 앞으로 유기농 요리 교실 등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마근담을 찾는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방문객이 늘고 있다. 주말이면 유기농 재료로 음식 만들기 체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취재를 마친 후 비닐하우스에서 상추를 손질하고 있던 한 아주머니는 “우리만 행복하게 살고 있어서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그리고는 “다시 오시라”는 말을 두번 세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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