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고 치열하게, 그리고 엄중하게
철저하고 치열하게, 그리고 엄중하게
  • 경남일보
  • 승인 201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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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필자가 알고 있는 한 기초의원은 그 직을 천직으로 알고 있는 성실한 사람이다. 사회봉사 활동을 활발히 하다 시의원에 당선된 그는 의정활동이 없는 날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소외계층을 돌보며 여론을 수렴한다. 남편도 아내의 운전기사와 보좌관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의 사회안전망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지만 미흡한 부문이 적지 않다. 그는 그러한 제도적 안전망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에 관심이 각별하다. 제도적으로는 장치가 되어 있지만 실제로 잘 가동되고 있는지, 갖가지 절차나 제도에 묶여 실질적인 혜택에는 문제가 없는지가 그의 주요 관심사다.

일선에서 보고 느낀 문제점을 집행부에 전달하고 후속조치를 챙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동료의원들을 규합, 입법활동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어느덧 우리사회의 한 축이 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예산에 책정되지 않은 경로당, 지원시설에 필요한 소소한 민원은 직접 독지가를 연결해 해결해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다. 천성 시의원이다.

집행부에 군림해 큰소리 치고, 진영논리에 갖혀 소신 없이 움직이는 의회풍조를 부끄러워한다. 그런데 그 시의원이 최근 고민에 빠졌다. 공천이라는 벽에 부닥쳐 있기 때문이다.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대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상향식 공천을 하면 어느 정도 자신도 있고 원칙이 지켜진다면 그 결과에 승복할 수도 있지만 주변에선 “뭘 하고 있느냐”며 줄대기를 권유하고 있다. 여당의 공천방향을 그대로 신뢰하고 싶지만 지금까지 그러한 약속이 지켜진 적은 별로 없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줄대기가 한창이다.

야당은 이미 지방선거 공천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문제는 새누리당이다. 특히 여당의 텃밭인 경남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불과 석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미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공직을 사퇴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무리 여당의 텃밭이라 하더라도 종전처럼 밀실공천을 하거나 전략공천이라는 빌미로 민심과 동떨어진 공천을 한다면 민심은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과거 어느 때보다 공정한 공천으로 이번 선거에 임해야 한다. 지역 민심과 유리된 공천을 철저히 배제하고 당선을 지상목표로 전략공천하는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미 현직에 있는 사람들은 그간의 공과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주민들의 지지를 살펴야 한다. 치열하고 철저하게, 그리고 엄중한 검증을 거쳐 다수의 당원과 시민들이 공감하는 최선을 택해야 한다.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 화려한 스펙을 바탕으로 중앙부처에서 활약하다 이제는 고향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그 진위를 살펴야 한다. 그들 중 상당수는 봉사라는 미명 아래 입신양명을 꿈꾸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달랑 스펙과 연고를 무기로 어느날 갑자기 뛰어든 사람은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그들은 지금도 지역민들의 민심을 살피며 현장을 누비기보다는 연줄에 목을 매단다.

만약 여당의 공천이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번에는 유권자들이 심판해야 한다. 종전처럼 새누리당이라고 해서, 출신지가 같다고 해서, 동문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지한다면 우리의 지방정치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지방정치는 그야말로 지방정치다. 철저하게 인물중심이 돼야 한다. 거물급이라고 해서 만사가 형통할 수는 없다. 정치논리, 진영논리를 배제하고 진실로 우리고장을 위해 민심을 살피며 독선과 아집에 빠지지 않고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인물중심으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

선거는 유권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이다. 선거혁명은 기득권에 경종을 울려주고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이다. 기초의원은 기초의원다운 인물, 지자체장은 그에 걸맞은 경륜과 경천애인(敬天愛人)하는 철저한 공직관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철저하고 치열하게, 그리고 엄중한 검증을 요구하는 것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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