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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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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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윤 (경남복지정책연구원 이사)
잔잔한 사회에 소용돌이치듯 구호하던 ‘여성 상위시대’를 뒤로하고, 요즘은 ‘양성 평등시대’가 대세로 회자되고 있다. 사실 여성 상위라는 말이 유행될 때 상위다워야 한다는 부담이 많이 따랐다. 실제로 그 당시 남성의 도움이 있어야만 해결되는 일들이 많다보니 역할이 제대로 되지 않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 남성 주도하에서 수동적인 역할만 해 오던 여성의 굳어버린 자아 때문에 구호만 상위였던 것이 문제였다. 아마도 여성 상위시대를 날 세우며 부르짖던 그즈음이, 조선시대 이후 억눌려 왔던 여성들이, 시대의 흐름을 타고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무진 애를 쓴 시대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사회구조가 여성이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빨리 변화하고, 또 다방면에서 여성의 영역도 점차 확대되어 갔다. 이렇게 여성의 사회 진출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사회조직 속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던 수모와 불이익도 많이 덜해지면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상위를 부르짖다가 여성들 스스로 양성이 평등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여성들에게 이제 좀 여유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고, 남성들 역시 여성들 입지를 은연 중 인정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 과도기와도 같은 지금 우리 여성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어떻게 해야 진정한 양성 평등사회로 이끌 수 있나 하는 것이다.

첫째, 여성이라고 피하지 말고 내게 주어진 역할을 분명히 할 때이다. 더러는 그동안 억눌려 왔던 차별에 대해 한풀이라도 하듯 그 역할조차 거부하는 여성들이 있는데 우리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전에 내 의무를 다했는가를 먼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인정받는 사람은 내가 해야 할 것을 하면서 주장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절대적으로 여성이 여성을 이해하고 감싸 안을 때 여성계는 힘을 얻을 수 있다. 혹여 살아가다 보면 도저히 소통이 안 되고, 정말 말 섞기 싫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 티를 내고, 험을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남성들이 보기에 여자들이 다 저런다고 판단하게 되면 이미 양성평등은 성립될 수가 없게 된다.

셋째는 우리 여성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매개 역할자가 되어야 한다. 매개 역할을 잘 함으로써 그 사회를 안정되게 하고, 그 집안을 화목하게 이끌고, 사람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할 수 있다. 곧,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진정한 양성평등, 그것은 먼저 우리가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될 때 어느덧 조용히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이서윤 (경남복지정책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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