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개혁은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구조개혁은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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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 법학과 교수)
지난달 교육부는 2023년까지 학령인구가 23만 명이 감소하게 됨에 따라 대학정원이 16만 명 초과하게 된다는 이유로 2023년까지 대입정원을 16만 명 감축하겠다는 대학구조 개혁안을 발표함에 따라 전국의 대학들이 술렁이고 있다. 이번 개혁안은 대학을 등급별로 평가해서 평가결과에 따라 5등급으로 분류하고 1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의 대학들에 대해 등급별로 입학정원 감축, 정부재정지원사업 참여제한, 국가장학금 미지급, 학자금대출제한 등을 통해 부실대학의 퇴출을 지속적으로 유도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계획안에 의하면 약 100개 정도의 대학이 문을 닫게 되는데, 그 중에서 지방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90% 정도가 될 전망이다.

대학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대체로 대학의 자율에 맡겨져 있었기 때문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정부가 일정한 기준에 따라 강제적으로 대학구조개혁을 실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러나 정부의 개혁안은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정부가 밝힌 대학구조조정의 가장 큰 이유인 ‘대학입학정원 16만 명 초과’라는 근거가 잘못된 자료에 기초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대학의 입학정원은 이미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평균 1.73%씩 줄어들었는데, 이러한 평균 감축 수준을 감안하면 2020년 대학정원은 고교졸업생보다 3만5000명, 2025년에는 4만4000명, 2030년에는 1만7000명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결국 입학정원 16만 명 초과라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안의 근거에 대한 신뢰성과 정확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정원감축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과 특성화 사업 등과 연계되어 있어서 대학의 입장에서는 서둘러 정원감축계획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교육부는 교육여건지표와 교육성과지표에 따라 모든 대학을 평가해 5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에 따라 구조개혁 대상을 지목하고 차등적으로 정원감축량을 제시하겠다는 것인데, 교육여건지표는 교수충원률이, 교육성과지표는 취업률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사립대의 경우 교수채용을 확대해 교수충원률을 높일 수 있지만 비용문제 때문에 겸임교수, 연구교수 또는 강의전담교수를 채용하는 편법을 사용하게 된다. 이는 결국 지표개선을 위해 대학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국립대의 교수충원률은 대학의 의지나 노력에 따라 개선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한다는 것도 의문이다. 취업률이 낮은 원인은 대학교육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대졸취업희망자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해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기피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과 공무원시험준비에 몰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업재수생이 양산되고 있고, 심지어 졸업을 늦추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취업률이 낮은 원인을 대학에만 돌리고,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은 모순이 있다.

결국 대학평가지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교수충원률과 취업률을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학들은 그 이외의 지표개선에 혈안이 되어 있다. 대학의 자체적인 구조개선실적도 평가지표이기 때문에 학과간 통폐합을 유도하고, 구조개선이나 특성화사업에 참여한 학과에 대해서는 정원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학문의 특성상 다른 학과와의 통합이나 연계가 어려운 인문사회계열 학과에 대해서는 다른 학과의 정원감축 몫까지 더 감축하도록 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대학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를 통해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건전한 지식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대학구조개혁과 지방대학의 육성을 위해서는 지표에 의한 등급평가와 등급에 따른 차등적 정원감축계획을 수정해 입학정원 감축인원을 다시 산정하고, 감축예정인원의 50%는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나머지는 대학평가결과에 따라 감축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다.
오창석 (창원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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