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나무' 키우기는 어린 가지끝에서부터
'좋은 나무' 키우기는 어린 가지끝에서부터
  • 경남일보
  • 승인 2014.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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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접순 다듬기
접순준비
초보농사꾼이 경험 많은 농사꾼들과 함께 접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주중에 봄비가 촉촉이 내렸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반가운 비가 막 움트기 시작하는 어린 생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꽃망울 상태로 머물렀던 매화도 봄비에 자극받아 일제히 꽃잎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첫 화신이야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지만 어울리는 꽃소식은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부터다. 매화로부터 시작한 꽃소식은 진달래와 벚꽃으로 전하며 들로 산으로 빠르게 퍼져 나갈 것이다. 흡족한 비는 아니었지만 봄을 재촉하는 제때에 내린 고마운 비다.

봄비를 흔히들 일비라고 일컫는다. 비가 내리고 나면 할 일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봄비가 내리는 것에 맞춰 어렵게 겨울을 난 보리와 밀, 마늘과 양파에는 생장을 도와 줄 비료를 줘야한다. 그래서 봄에는 비가 내려도 쉴 겨를이 없다.

비가 그친 뒤 지난 달 말에 심었던 매실나무를 돌아보았다. 이번에 내린 봄비가 심은 나무 뿌리내림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흙을 파내고 옮기며 새로 조성한 과수원은 흙이 무너져 내리고 갈라져 손을 봐야 될 곳이 많았다. 굴삭기 기사는 비가 오면 땅이 내려앉을 것이라며 일부러 흙을 돋우어 둔다고 했다. 그러면서 흙이 다져질 때 까지는 제초제를 뿌려 풀을 죽이지 말고 뿌리가 흙을 붙잡아 둘 수 있도록 하랬다.

심어둔 매실나무 주변 언덕이 무너지거나 꺼져 갈라진 곳에는 흙을 돋우고 밟아 다졌다. 덮어 두었던 흙이 내려앉으며 접목한 부위가 드러난 나무는 삽으로 주변 흙을 모아 다시 가렸다. 접목한 부위가 공기 중에 드러나면 말라죽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뿌리를 내릴 때까지는 흙을 북돋우어 주는 것이 좋다고 해서다.

주초에 매실접순 다듬는 일을 여럿이 모여 공동 작업을 했다. 무슨 나무든 필요한 묘목을 시간이 걸려도 직접 만들어 쓰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시중에서 사다 쓸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품종인지 아닌지 어린나무를 보고는 구별이 안 되기 때문이다. 품종을 확인하기까지는 2~3년은 지나야 하므로 잘못 선택하여 다시 심는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다.

지난 가을에는 접이되어 있는 나무를 구입하지 않고 씨앗에서 발아한 어린 실생묘를 대목으로 구해다 심어두었다. 모든 대목은 회원으로부터 필요한 양을 신청 받아 공동으로 구입했다. 접순은 그동안 여기저기 농장을 둘러보고 확인해 두었던 나무에서 가지치기를 해주는 조건으로 주인과 사용하기로 허락을 받아두었다.

지난겨울 두 차례에 걸쳐 주인과 약속해 두었던 농장을 찾아 가지치기를 해주고 필요한 양만큼 골라와 비닐로 싸서 저온저장고에 보관해 왔다. 접순다듬기 작업 이틀 전부터 저온저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접순을 꺼내 순화를 시켰다고 한다. 바로 꺼내 작업을 하면 나무가 적응을 못해 접이 잘 안된다고 알려줬다.

준비는 이것뿐만 아니라 접순이 마르지 않도록 절단부위에 바르는 밀랍을 만드는 일도 있다. 쉽게 양초를 녹여 바르면 되지만 양초는 식으면 갈라져 틈이 생기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밀랍 준비는 경험이 풍부한 회장님 사모님이 송진과 밀랍, 양초를 섞어 만들어 두었다.

작업은 준비해 둔 가지에서 적당한 길이로 자라는 것이 먼저다. 튼튼하고 충실한 눈을 골라 두 개정도가 되도록 전정가위로 끊었다. 자른 마디는 다시 병해충의 피해는 입지 않았는지 점검을 한 후 끓는 밀랍그릇에 양쪽 끝만 살짝 담갔다가 식히면 됐다. 주의할 것은 뜨거운 밀랍그릇에서 접순이 상하지 않도록 아주 빠르게 살짝 밀랍만 묻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작업이 끝난 접순은 100개 또는 200개씩 포장하여 사용할 때까지 상하지 않도록 냉장보관 해야 한다. 옛날 냉장고가 없었을 때는 접순을 따다가 짚이나 헝겊에 싸서 땅속에 묻어 보관했다가 사용했다고 전한다. 보관한 접순은 날씨가 풀리고 나무에 물이 왕성하게 오르기 시작하는 다음 달에 사용할 것이다.

이제 씨앗을 뿌려야 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올해도 예외 없이 아내는 이것저것 이름을 대며 가꾸어 보자고 한다. 비가 내리는 장날에는 씨앗을 구하러 나갔다가 엄나무가 좋다며 몇 그루 심어보자고 졸라 3그루를 사다 빈터에 심었다. 그것도 모자라 석류며 다른 유실수도 욕심을 내보지만 심어두고 관리를 못해 죽이고 말 것이라며 달랬다. 무럭무럭 자랄 나무를 꿈꾸며 나무시장을 맴도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즐거운 장날이었다.

/정찬효 시민기자

접순준비광경
초보농사꾼이 접순할 나무를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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