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매(南冥梅)
남명매(南冥梅)
  • 경남일보
  • 승인 2014.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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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매화 옛 등걸에 봄결이 돌아오니/옛 피던 가지에 피엄직도 하다만은/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하여라.’ 청구영언에 실려 있는 단가이다. 길고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어느덧 새봄이 왔다. 봄비가 내리더니 지난 주말에는 봄꽃이 앞다퉈 꽃망울을 열었다.

▶매화, 목련, 노란 꽃잎의 개나리가 우리의 눈맛을 더해주고 마침내 겨울은 가고 봄이 왔음을 전한다. 먼 산에는 잔설이 남아 있고 아직은 바람이 매섭기는 하지만 메말랐던 겨울바람과는 달리 물기를 머금어 봄을 느끼게 한다. 봄이 오는 들녘에는 어느새 아낙네들의 나물 캐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저자에도 달래, 냉이, 쑥, 씀바귀 등 봄나물이 나와 입맛을 돋운다.

▶남명 선생이 환갑을 맞은 해에 심었다는 산천재의 남명매(南冥梅)도 꽃망울을 터트렸다고 한다. 수령 450년의 고목이니 청구영언의 단가처럼 필동말동할만도 한데 올해도 어김없이 제철, 제때에 꽃망울을 터트린 것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그 뜰에 성성자를 허리에 차고 후학들을 가르쳤을 선생의 기품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남명매를 감상하러 들른 관광객들이 옷깃을 여민다.

▶남명은 퇴계 이황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 학문을 겨룬 인물이다. 평생 벼슬을 하지 않고 지리산자락에 머물며 후학들을 가르쳤다. 경의(敬義)사상으로 불리는 그의 가르침은 많은 제자들의 귀감이 되어 임진왜란 때에는 의병으로 나서 누란의 위기를 극복했다. 경상대학교에 남명관이 있고 그의 사상을 연구하는 후학들이 있다. 그러나 퇴계 이황에 비하면 너무 보잘것없다. 새봄을 맞아 남명매가 핀 것을 계기로 매향처럼 고결한 남명 조식 선생을 추억한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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