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정다혜 시인)
안부 (정다혜 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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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정다혜 시인)


사랑니 두 개 한꺼번에 뽑았습니다

필요 없는 사랑 여태 갖고 있었냐는 의사의 말에

오래 숨겨놓은 비밀 들킨 것 같아 움찔 했지요

사랑이 빠져나간 그 자리에 말이 헛돌고

비릿한 슬픔이 이빨에 씹힙니다

사람이 빠져나간 자리는 이런 거구나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아픔 삭여야 하는

내 안에 당신이라는 큰 나무를

뿌리째 뽑아내던 그런 일 같았지요

이제 치통을 핑계 삼아 엉엉 울고 싶은 날은

없을 것입니다만, 사랑이 빠져버린 자리에

새살 돋는 소리에 귀 기울일 것입니다

피가 흐를지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거즈를 물고 앙다문 입 속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마지막 안부를 전합니다

-그대, 눈물 없이 안녕 하시길



▲작품설명: 어눌한 아픔, 혀끝의 안부를 묻고 깊숙이 일상을 같이했든 진저리나는 진통, 사람이 빠져 나간 그 자리도 새 살이 돋을 때까지 숨겨진 사랑을 비워 놓아야 하는 아픔, 그래 안녕이다, 흐르는 피를 악물며, 안녕이다.(주강홍진주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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