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오르는 시기 맞춰 매실 접 붙여야
물 오르는 시기 맞춰 매실 접 붙여야
  • 경남일보
  • 승인 201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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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접 붙이기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을 지나자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것 같다. 계절은 날짜를 정해놓고 어느 날 갑자기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오고 간다. 특히 생명이 약동하는 봄은 여러 번의 시샘추위를 견뎌야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자연은 반복되는 겨울의 시샘을 견딜 수 있는 지혜를 쌓아왔다. 나무와 풀은 하루 이틀은 물론 열흘 정도 따뜻한 날씨가 이어진다고 해서 꽃을 피우거나 싹이 트지 않는다. 때 이른 날씨에 놀아났다가는 봄을 시샘하는 추위에 생명조차 부지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꽃봉오리가 부풀어 너무 일찍 피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매화가 드디어 만개했다. 여러 번의 머뭇거림 뒤에 피는 꽃이라 싱그러운 향이 더한 것 같다. 긴긴 겨울을 나느라 굶주렸던 꿀벌이 매향에 이끌려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며 윙윙 거린다. 바람이 없고 기온이 높은 날 꿀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꿀벌이 없으면 꽃이 피어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벌이 찾아오지 않아 벌통을 사다 과수원에 들여다 놓기도 하는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밭농사를 위하여 밭을 정리했다. 지난해 농사를 지으며 깔았던 비닐도 걷어내고 고추가 쓰러지지 못하도록 세웠던 지주대도 뽑아 모아두었다. 잘 썩지 않는 들깨 대와 고추 대는 비가 올 때 태워 없애기 위하여 따로 모아 놓았다. 옛날 아궁이로 밥을 짓고 나무로 불을 때어 난방을 할 때는 요긴하게 쓰였던 부산물이 지금은 쓸모없는 귀찮은 존재로 취급받는다.

한 달 전에 심었던 매실나무가 잡초에 파묻히는 것을 막기 위하여 골판지 상자에 사용하는 두꺼운 종이 패드에 구멍을 뚫어 끼워 덮어두었다. 어린나무 주위를 덮은 종이가 햇볕을 가려 잡초가 자라는 것을 한동안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이로 만든 패드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썩어 없어지기 때문에 걷어내야 하는 비닐로 덮는 것보다 편리할 것 같아서다. 아직 해보지 않은 일이라 효과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지난주에는 매실재배 교육을 다녀왔다. 농협매실작목반에서 주최하는 교육으로 이 번 교육은 비료 주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비료는 많이 주는 것 보다는 균형을 맞춰 제 때 주라는 했다. 모처럼 있는 교육에서 매실을 재배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 이러저런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정보도 들을 수 있었다. 매실은 열매가 달려있을 때보다 수확을 한 후 관리를 잘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고 했다. 수확이 끝난 후부터 병해충이 극성을 부리기 때문에 그 때 방제를 잘해야 한다고 한다.

올해 농사를 위하여 겨우내 해왔던 가지치기며 밑거름 넣는 일은 모두 끝이 났다. 이제 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병해충방제에 나서야 할 때다.

매실나무에 물이 오르는 시기라고 심어 둔 매실대목에 접을 하라는 여락이 왔다. 친구의 주선으로 전문가를 고용하여 접을 하기 위하여 밭까지 갔는데 갑자기 비가 내려 돌려보내야 했다. 비가 그치면 하자고 하니까 나무가 물을 타면 작업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비가 그치더라도 대목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오늘 작업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다음에 다시 날을 잡자며 가버렸다.

기약 없는 약속을 기다릴 수 없어 직접 접을 해보기로 했다. 저온저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접순을 꺼내왔다. 접도와 가위를 준비하고 접순을 감쌀 비닐도 챙겨 밭으로 갔다.

우선 마르지 않도록 덮었던 흙을 걷어 대목을 드러냈다. 대목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가위로 접순이 들어갈 홈을 팠다. 그리고 서로 크기가 맞는 접순을 고른 후 반대로 홈을 파 요철이 맞도록 넣은 후 비닐로 묶으면 끝이다. 말은 쉬운데 행동으로 해보려니 잘 되질 않았다. 접한 부위를 묶을 비닐을 사용하는 것이 서툴러 여러 번 시도한 다음에 묶을 수 있었다.

회장이 단체로 구입하여 나눠준 접순을 자르는 가위도 말썽을 부렸다. 가위 날이 날카롭지 못해 접할 부위가 깨끗하게 잘리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저절로 삭아 없어진다는 비닐도 평소 사용해왔던 비닐과 강도가 달라 익숙할 때까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격어야 했다. 늘어나는 비닐 강도를 조절하지 못해 터뜨리기 일쑤였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많지 않은 양이니 내 몫은 시작한 김에 끝내기로 했다. 이 일이 끝나면 접하는 방법도 손에 익숙해질 것으로 믿는다.

/정찬효 시민기자

접붙이기
초보농사꾼이 접을 붙이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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