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경성(有志竟成)
유지경성(有志竟成)
  • 경남일보
  • 승인 201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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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재배상감시(一花재背尙堪猜)/호나수수진도개(胡奈垂垂盡倒開)/뢰시아종화하간(賴是我從花下看)/앙두일일견심래(昻頭一一見心來)=한 송이만 등을 돌려도 시기심이 이는 것을/어쩌자고 드레드레 거꾸로만 피었는가?/이러니 내 어쩌랴 꽃 아래에 서서 보니/고개 들면 송이송이 마음을 보여주는구나.’ 이황의 도수매(倒垂梅)다.

▶눈 속에 핀 매화등걸 아래에 선 퇴계에게는 고개 숙여 핀 매화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드레드레 거꾸로만 꽃을 드리웠는가?’라고 읊고 있다. 매화가 땅으로 지향하는 꽃만 피우는 것은 아니지만 횡으로 벋은 가지에는 ‘넘어져 드리워진’ 꽃송이가 훨씬 많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지금 섬진강 양안에는 매화꽃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필자는 사십 오륙년 전 광양의 버려진 산비탈에 밤나무를 심어 독농가를 이룩한 고 김오천 씨를 찾아 그의 며느리가 마련해 낸 참게탕으로 점심식사를 대접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일꾼들과 함께 가파른 바위산을 오르내리며 밤 수확에 열중이신 시아버지를 따르는 며느리의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엊그제 광양의 매실농장에서 그 주인공을 만나 참게탕 이야기를 했더니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식사를 대접하라’는 것이 시아버지의 지론이었다고 한다.

▶시아버지의 유업을 이어받아 확고하게 우뚝 선 며느리가 홍쌍리 여사다. 몸뻬 호주머니에서 일하던 전정가위를 꺼내 만지작거리는 여사에게 연세를 물었더니 ‘칠학년 2반(72세)’이라고 일러준다. ‘뜻을 세워 마침내 이루어낸’ 여사의 참모습이었다. 방명록에 유지경성(有志竟成:후한서 구) 네 글자를 남겨놓고 돌아섰다.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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