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 경남일보
  • 승인 201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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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현대인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하루하루를 매우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물질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으며 집의 노예, 재산의 노예, 일의 노예로 살아가면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남들보다 더 부지런히 일해서 승리해야만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이라 생각하는 사고가 통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질식할 것 같은 도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하면서 여유를 즐기고 진정한 삶의 주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자연에 묻혀 사는 사람들을 은자(隱者) 또는 자연인(自然人)이라고 호칭하기도 한다. 동양에서 은자는 세상에 도가 없으므로 깨달음을 실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편으로 자연에 은거하는 것이다. 논어에는 부정한 세상에 물들지 않고 고고한 품성을 지키는 은자들이 기록되어 있고, 노장사상에서 무위자연을 실천하는 도사들도 인위적인 것을 배격하고 자연과 순응하는 삶을 보여주고 있다. 서양에서 은자(hermit)는 은수사라고도 하는데 고독하게 사막에서 수행을 행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가혹한 자연조건 중에서 타인으로부터 떨어져서 개전과 구도의 명상을 하며, 생명의 극한에 이르기까지 금욕고행에 임했다. 은수사들이 시대변화에 따라 점차 공동생활 형태를 취하면서 중세 유럽 수도원으로 발전하였다.

문학작품 속에서 자연 속의 생활을 묘사하고 찬양한 사례들은 많이 있다. 중국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자연으로 돌아간 유유자적한 삶을 노래하고 있고, 또한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모든 사람들이 꿈꿀 만한 평화로운 전원풍경과 함께 복숭아꽃이 만발한 이상향으로 무릉도원(武陵桃源)을 그리고 있다. 조선시대 허균(許筠)은 ‘홍길동전(洪吉童傳)’에서 주인공인 길동이 사회적 모순과 신분차별을 벗어나고자 활빈당(活貧黨)을 조직하고 활동하다가 결국에는 율도국에 정착해 이상적 왕국을 건설한다는 이야기가 나와 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는 목록인 버킷 리스트(bucket list)의 최우선 순위는 아마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이 아닐까 싶다. 성공하려고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깊은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볼 여유마저 빼앗기게 되므로 세상의 모든 통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그곳에서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단순하고 간소하며 독립적인 생활을 꿈꾸게 된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세속적 잣대를 거부하고 오로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박하게 산다는 것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내며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주도적으로 산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소망일지 모르나 남과 다른 삶은 그만큼 세상에서 거부당하기 십상이다. 이상향을 뜻하는 ‘유토피아(utopia)’도 어원상으로는 그리스어의 ‘아니다(ou)‘와 ’장소(topos)’를 합성한 ‘아무 데도 없는 곳’(nowhere)이라는 의미이므로 결국 유토피아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고대의 은자는 세 부류로 나누는데, 작은 은자는 초야에 은거하고 중간 은자는 도시에 은거하고 큰 은자는 조정에 은거한다고 한다. 꼭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야 되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세상의 시험을 통과할 때 비로소 대은자가 된다. 불가에서도 물욕에 휘둘리지 않는 부동심(不動心)을 가지려면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고 보고, 무념(無念·생각 없음)을 으뜸으로 삼고, 무상(無相·형상이 없음)을 몸으로 삼고, 무주(無住·머무르지 않음)를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았다.

번잡한 세상을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또한 이상향이 마음속에만 존재할지는 몰라도 늘 자연친화적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와 한 박자 늦추고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할 것이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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