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고향
나의고향
  • 경남일보
  • 승인 2014.03.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삼희 (시인)
지난 가을, 경남문인협회 주관으로 경남문학관에서 ‘나의 고향’이란 주제로 한 달 기획전시를 한 적이 있다. 문인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다른 예술인들보다는 언어의 마술사들이 빚어내는 이야기와 표현들이 아름답고 낭만적일 수밖에 없다. 다른 지인들의 작품을 가만히 감상해 보면 고향에 대한 향수의 눈물겨움도 있고 정지된 추억도 있었으며 낡은 영사기 사진 한 장을 보는듯한 어려운 시절 힘겨움도 많이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하는 시간 내내 가슴이 찡하고 뭉클하여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필자도 문득 고향에 대한 아름다운 풍광을 한 폭의 산수화처럼 유년의 기억 속에서 꺼내 볼까 한다. 나의 고향은 경상남도 의령군 유곡면이다.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의병을 모으기 위해 맨 처음 북을 울렸던 현고수가 있는 곳. 사계절 물이 마르지 않는 하천은 1급수로 토종 어류와 함께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으며 물길을 따라 군데군데 아름다운 숲과 절벽을 이루고 있다. 유곡천의 경관은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도 손색이 없어 피서 철 내내 수많은 인파로 넘쳐나고 고향집 대문만 나서면 명소인 자암정과 유곡교 다리가 있다.

자암정은 광해조 때 학덕 높은 큰선비가 출사를 하지 않고 산 수간에서 후진 양성에만 전념한 자암 강경승공의 제각과 정자가 있는 곳이다. 정자 앞 큰 바위에는 강씨와 남씨의 족보를 넣어 보관해 오는 것이 지금까지도 있다. 어린 시절은 정가 또는 낸봇둑이라 했다. 지금은 자암 강경승공의 호를 따서 자암정으로 불러지고 있다. 그 옆에서 태어나 유곡천은 우리가족의 단독 노천탕이었다. 나의 유년은 과수원집 육남매 막내딸로 태어나 봄이면 배꽃 복사꽃 살구꽃 자두꽃 매화꽃 등등 온갖 지천의 꽃들과 소꿉놀이하며 소박한 산자락에 흐드러진 칡 꽃 냄새를 맡으며 할미꽃 천지 피어난 곳에서 뛰놀며 살았다.

궁류 백계 계곡에서 시작된 맑은 물이 흐르는 유곡교 다리 위에는 여름밤이면 평상에서 아버지께서 들려주는 재미나는 옛날이야기와 북두칠성 별자리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지금도 누구나 한번쯤 나의 고향에 가노라면 그 풍광에 감탄을 하며 매료되어 넋을 놓는다. 나의 사랑, 나의 고향, 유곡의 낸봇둑집, 외톨이 집이라서 더욱 외롭고 낭만이 있는 곳이다. 아직도 그곳에는 올해 팔순 노모의 어머니가 농사를 짓고 큰언니와 큰오라버님이 가든을 운영하며 고향을 찾는 이에게 자연의 맛을 선물하고 계신다. 공기 좋고 물 좋은 나의 고향 의령, 한 폭의 그림 같은 아직도 추억이 있기에 고향은 언제나 지친 마음 힐링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

정삼희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