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과 익룡의 땅으로 돌아온 진주 운석
공룡과 익룡의 땅으로 돌아온 진주 운석
  • 경남일보
  • 승인 201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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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2014년 3월 9일 밤 8시경, ‘쾅! 쾅! 쾅!’ 경남 진주시 대곡면과 미천면 일대는 하늘을 가르는 날카로운 폭발음과 대지를 두드리는 커다란 충격음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지난 10일간 진주는 하늘에서 내려온 운석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진주 운석은 떨어지는 모습이 전국에서 관찰됐고, 다양한 위치에서 동영상으로도 촬영됐다. 전 국민이 바라보았던 이 운석의 최종 도착지역으로 우리 진주지역이 선택됐다. 이 운석은 태양계가 형성될 때 만들어져 우주공간을 무려 46억년 동안 떠돌다가 진주에 도착한 것이고, 1943년 전남 고흥군 두원면에서 떨어진 운석에 이어 71년 만에 우리나라에 온 귀중한 손님이다. 따라서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 떨어진 최초의 운석으로 우리나라가 소유권을 가지는 매우 희귀한 것이다.

극지연구소에서는 진주에 떨어진 2개의 물체를 암석 성분으로 이뤄진 운석(석질 운석)이라고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철의 함량이 높은 H-그룹에 속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운석은 성분으로 볼 때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운석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운석은 태양계 형성 당시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유하고 특별한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매우 좁은 면적을 가진 우리나라(우리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국가적인 면에서는 매우 희귀하고 소중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따라서 국가적으로는 이 운석을 특별하게 다뤄야 하고, 소중한 자연유산으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운석은 왜 좁은 면적을 가진 대한민국 중에서도 진주지역에 떨어졌을까? 진주를 포함한 경남지역은 전국적으로 공룡과 익룡에 관련된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즉 경남지역의 1억년 전 옛 주인은 공룡이었으며, 진주의 하늘은 익룡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진주 내동면 유수리(천연기념물 제390호) 지역에서는 공룡의 뼈와 이빨들이 다수 발견됐고, 호탄동 진주혁신도시(천연기념물 제534호)는 전 세계에서 발견된 익룡 발자국 화석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2200여점 이상의 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진성면 가진리(천연기념물 제395호)에서는 공룡 발자국을 포함해서 저어새가 먹이를 찾는 행동을 보여주는 부리 흔적과 수많은 새 발자국 화석이 함께 발견됐다.

1억년 전 진주의 땅과 하늘을 누비던 공룡과 익룡들은 지금 어디로 갔나? 이들은 6500만년 전, 모두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 가해자는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거대한 운석이었다. 진주와 경남지역의 산과 들에는 이들의 뼈와 발자국이 거대 운석 때문에 잠들어 있다. 먼 옛날 공룡과 익룡이 활보하고 다니던 진주지역에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떨어진 운석은 어떤 의미일까? 이것은 진주땅 아래 1억년 동안 잠들어 있던 공룡과 익룡이 깨어나라고 두르리는 소리는 아니었을까? 6500만년 전, 운석은 공룡과 익룡을 사라지게 했던 가해자였고, 공룡과 익룡은 피해자였다. 2014년 3월 9일 하늘에서 내려온 진주 운석은 공룡과 익룡에게 미안하다고 깨어나라는 그런 의미는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진주 운석은 우연히 이곳에 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로 떨어진 진주 운석은 이제 공룡, 익룡과 함께 같은 지역, 같은 공간에 존재하게 됐다. 이 두 존재는 이제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사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진주혁신도시에는 익룡, 새, 공룡 발자국 화석(천연기념물 제534호)이 잠들어 있다. 이곳에는 이제 곧 전시관과 보호건물이 건립될 예정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둘을 이곳에서 서로 만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널리 알리고 제대로 보존해야 할 것이다. 백년 진객을 맞이하여 오랜 옛날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발전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밝은 미래의 시작이 되길 기원한다.
 
김경수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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