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
소소한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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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윤 (경남복지정책연구원 이사)
언젠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살 것 같던 날, 나는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돌출구를 찾아야겠다는 간절함에, 보이지 않는 눈으로 문고리 찾듯 더듬어 더듬어 출로를 찾아댄 적이 있다.

더 이상 바닥이 있을까 싶도록 아래까지 떨어져 있던 그 때, 나는 사방이 벽으로 꽉꽉 막힌 듯 도저히 희망이라고는 없는 세계에 갇혀 있다는 암담함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 일상은 편안한지라 안주하지 못하고 길을 찾는 내게 사람들은 그냥 편하게 살지 뭐 하러 어려운 일을 찾느냐고 의아해했다. 물론,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이한 삶을 내가 만족할 수만 있었다면 그 당시 내 삶이 평탄하고, 행복하다는 여느 사람들 지적이 맞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무슨 운명인지, 나는 꾸준히 뭔가를 추구해야만 하고,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야 하고, 줄기차게 움직여야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가만히 있으면 마치 유리된 공간에 유폐된 사람처럼 생기라곤 없어지고, 바스라져 가는 것 같으니 일상이 여일하다고 어찌 행복할 수 있었겠는가.

그렇게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출구를 찾고 있을 때, 그 때, 내 앞에 홀연 길잡이가 나타났다. 어찌 보면 눈에 띄지 않는 극히 평범한 사람인데 세상 이치를 읽어내고 일의 본질을 꿰뚫어 내가 지향하는 길의 맥을 짚어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 삶의 궤적된 무게가 깃털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무게로 느껴지고 내 존재의 부재를 의심케 하는 사람으로 연륜을 보면 둘째 동생에도 못 미치는 세상살이 경험으로 내게 스승처럼 자리하게 된 사람이다. 그 친구의 안내로 나는 어둡고 눅눅한 세계를 비집고 나와 하늘을 행해 날개짓을 하게 되었다.

대체적인 사람들의 인생 여정에 탄탄대로만 기다리고 있지 않듯 내게도 내 자신이 승화시키지 못한 굴곡진 길이 있었다. 빛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길에 절망만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서 희망을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래도 절대로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 또한 희망이었다. 넝마처럼 헤진 꿈도 간절함이 불쏘시개가 되어 희망을 피워 올릴 수 있기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을 때 길은 사람을 통해 열렸다.

요즘도, 틈바구니를 찾듯 내 길을 찾던 그 때의 간절함이 불현듯 떠오를 때가 있다. 그리고 오늘을 있게 한 그 친구의 소중함이 새삼스레 깊어지며 친구에 대한 마음이 세상 사람들을 향해 전이되곤 한다. 그 감사함이 가슴에 뜨뜻한 감동으로 고이며, 나도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된다.

/경남복지정책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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