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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그림자로 젖으면
이미 산이 아니다.
잎맥이 움직이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명제 아래 변하는 것들의 찰나적 아름다움에 주목한 이들이 바로크시대 예술가들이었다. 우리를 둘러싼 외부 세계뿐 아니라 우리의 이성, 정신, 마음까지도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는 이 바로크 예술관의 특징을 가장 잘 담아내 보이는 것이 바로 ‘물’이다. 한결같지 않고, 지속될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 쉼없이 움직이고 때와 장소에 따라 그 모양이 수시로 변하는 물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바로크적 세계관을 표현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물은 거울과 마찬가지로 현실과 외관을 뒤섞어 버림으로써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찰나적인 것들이 어우러져 이루어 낸 이 찰나의 아름다움 속에 바로크 예술의 한 전형을 본다.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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